[작은영웅] 카페 사장님이 된 학폭 피해자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 (영상)

입력 2025-12-14 00:30

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사장님
“아이들 퇴근할 때, 아니면 제가 퇴근하면서, 오늘도 고생해 줘서 고마워, 얘기하고 출근한 친구한테는 오늘도 수고해 줘... ”



카페 사장님의 특별한 규칙 세 가지


경기도 안산시 월피동에 있는 이 카페에선 사장님이 정한 규칙 때문에 출·퇴근이 영 자유롭지를 않습니다. 악덕 고용주냐고요?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이곳에서는 직원들이 출근해서 일을 시작할 때나 일을 끝내고 퇴근할 때 서로를 꼭 끌어안아줘야 하거든요. 이렇게 말입니다. 온기를 느낀 사장님은 가끔, 아니 사실은 자주 눈시울을 붉힙니다.


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사장님
“두 번째로는 (손님에게) ‘죄송합니다’ 금지 매장이에요. 사회에 나가면 내 잘못이 아닌데 죄송하다고 해야 되는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여기에서만큼은 하지 마라. ‘죄송합니다’하면 시급 100원 차감이야”



시급 차감 벌칙까지 걸고 손님에게 사과하는 걸 막는다는 사장님. 이 독특한 규칙은 대체 뭔가 싶죠.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규칙은 자기 자신을 지키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사장님
“세상에 괴롭힘을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고 손가락질 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어요. 나이가 많든 어리든 본인은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고 본인 자체가 존중받아야 하는...”



사장님이 이런 특별한 규칙을 세우게 된 데는 아픈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사장님
“학창시절에 집단 괴롭힘을 당해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우울증이랑 공황장애랑, 수면 장애도 있어요. 대인기피증도 아직도 약간은 남아 있고...”



왜소했던 체격으로 또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던 사장님. 후유증으로 교복만 봐도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결국 고등학교를 다 마치지 못하고 중퇴해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따게 됐지만 그 뒤로도 사회로 나오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사장님
“땅만 보던 거를 종아리에서 허벅지, 허박지에서 허리, 눈 맞추고 대화해야 되는데, 눈 맞추기까지가 정말 오래 걸렸어요”



하지만 평생을 땅만 보며 걸을 순 없다고 생각한 사장님은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4년 전 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도 그 과정이었죠. 그렇게 3년, 손님들을 일일이 챙기고 성실히 근무한 덕분에 지난해 알바생에서 점장, 즉 사장으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매장은 동네 사랑방처럼 온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배달 기사님에게 무료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겐 응원의 하트를 힘껏 날립니다. 얼마 전 청각장애인 손님들에게 직접 음료를 가져다주면서 “맛있게 드세요”라는 수어 인사를 건네 유명세를 얻기도 했었죠.


배달 손님들과도 소통을 이어갔는데요. 2월 29일이 생일이라는 한 손님에게는 주문을 할 때마다 서비스와 함께 쪽지나 리뷰로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죠. 그에 대해 사장님의 인터뷰 중 다 전하지 못했던 내용을 대댓글로 공개했습니다.


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사장님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는 건 사장인 내가 하는 거야'라는 말이에요. 살면서 저도 죄송하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하는데, 그러다 보니 더욱 위축되고 '죄송하다'고 하면 할수록 내가 그냥 잘못한 사람이 되니까..."

그러니까 사장님은 사과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게 상대방도 자신도 높이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한 거였습니다. 또 직원이 실수해도 그건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죄송하다’는 말보다 다친 데는 없는지 자신을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소망을 전했는데요.

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사장님
“알을 깨는 방법을 찾았으면... 찾고 나와서 이제 죽고 싶다가 아니라 나도 살 수 있어가 됐으면... 누군가는 내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고 내 말 한마디에 행복해질 수도 있고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이런 마음이야말로 나이와 상관없이 진정한 어른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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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