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아니어도 정상보다 높으면 치매 위험 16% 증가

입력 2025-12-04 10:53 수정 2025-12-04 13:44
국민일보DB

고혈압 전 단계인 ‘상승 혈압’ 단계에서도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민우·정영희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은 이 같은 혈압과 치매 발생 상관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과 2010년에 건강 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약 280만명을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하며 혈압 상태와 치매 발생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정상 혈압 그룹보다 상승 혈압 그룹과 고혈압 그룹 모두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뇌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위험도가 두드러졌다.

유럽심장학회의 2024년 개정 가이드라인은 정상 혈압(수축기 120㎜Hg 미만이면서 이완기 70㎜Hg 미만), 상승 혈압(수축기 120~139㎜Hg 또는 이완기 70~89㎜Hg), 고혈압(수축기 140㎜Hg 이상, 이완기 90㎜Hg 이상 또는 고혈압 진단·약물치료 중) 세 그룹으로 분류한다.

상승 혈압 그룹의 혈관성 치매 위험도는 정상 그룹과 비교했을 때 16% 높았다. 고혈압 그룹의 위험도는 37% 높았다. 연구팀은 혈압이 상승할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압에 따른 치매 위험은 연령대별로는 40~64세, 성별로는 여성이 더욱 높았다. 중년 연령대에서 상승 혈압 그룹은 정상 그룹보다 위험도가 8.5%, 고혈압 그룹은 33.8% 높았다. 이에 비해 남성은 고혈압 그룹에서만 치매 위험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교신저자인 이민우 교수는 “고혈압으로 진단받기 전 상태부터라도 뇌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혈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년층과 여성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도 치매 조기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선제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에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종욱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순환기 내과 천대영 교수가 함께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주요 심혈관질환 학술지인 심혈관질환 학술지인 ‘유럽 심장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