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충남 예산군 응봉면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새 내복 20벌이 도착한다. 벌써 17년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 슬며시 두고 간 것이다.
4일 응봉면에 따르면 익명의 기부 천사는 올해도 내복 20벌과 함께 귀마개, 목폴라를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그는 두고 간 편지에 자신이 건지화리2구 삽티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천안으로 떠난 지 17년이 지났다고 밝혔다.
기부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매년 결혼기념일을 뜻깊게 보내자고 아내와 약속했다”며 “올해 겨울 유난히 추울 것 같으니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적었다.
행정복지센터는 내복 등을 저소득 가정과 홀몸 어르신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정택규 면장은 “매년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부 천사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물품은 필요한 이웃에게 정성껏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