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vernment’ 외친 청년들… 국회 보이는 예배당서 시작된 2025 홀리위크

입력 2025-12-04 09:18 수정 2025-12-04 09:35
3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시티미션교회에서 열린 ‘2025 홀리위크’ 참석자들이 눈을 감고 찬양에 집중하는 모습. 서기청 제공

3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시티미션교회에서 열린 ‘2025 홀리위크’ 첫 집회는 영하로 떨어진 한파 추위에서도 예배 열기로 가득했다. 강 건너 국회의사당이 내려다보이는 예배당에는 500여명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찬양하며 기도했다. 시티미션교회 오병이어 찬양팀이 ‘빛의 사자들이여’를 인도하자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들고 한목소리로 찬양했다. 절반 이상이 청년들로 이뤄진 예배 현장엔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고백하는 이들의 모습, 눈물로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서울기독청년연합회(대표 최상일 목사·서기청)가 주관하는 이번 홀리위크는 “‘갓버먼트(God-vernment)’ 위정자들에게 복음이, 대한민국에 하나님 나라가”라는 주제로 3일부터 5일까지 시티미션교회서 열린다. 2010년 시작된 이후 16년째 이어지는 이 기도운동은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국가적 회개와 변화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연합 집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집회는 지난 1년 동안 정치·사회적으로 요동쳤던 상황을 지나며 정치영역과 위정자들을 위한 기도가 절실하다는 청년들의 마음이 모인 자리다. 갓버먼트라는 주제도 ‘이념이나 사람의 의지가 아닌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다.
3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시티미션교회에서 김윤기 더바이블처치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있는 모습. 서기청 제공

첫 강사로 나선 김동진 일산하나교회 목사는 ‘전심의 회개가 가져오는 변화’(삼상 7:2~3)를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은 나라를 걱정하며 무릎 꿇는 사람들을 이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셨다”며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하나님 앞에 온전히 내려놓는 기도를 할 때, 하나님은 역전의 시나리오를 쓰신다”고 말했다. 이어 강단에 선 김윤기 더바이블처치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를 주제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인간의 능력이나 전략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하심에서 온다”며 “현실 앞에서 무능을 인정할 때 비로소 기도가 시작된다. 잘 보고, 잘 듣고, 하나님의 영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전했다.

정치 영역을 위한 기도 시간에는 국회보좌진 신우회에서 섬기는 전·현직 회장들도 함께 중보기도자로 참여했다. 기도 인도를 맡은 김성훈 선임비서관은 이사야 33장 22절을 언급하며 “입법 사법 행정의 근원은 하나님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자 역시 하나님이심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감리교 목사였던 이윤영 의원이 올린 기도문을 참석자들과 함께 낭독하며 “대한민국은 기도로 시작되었고 기도로 세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본관 지하 1층 기도실에는 지금도 이 기도문이 걸려 있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는 기도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당시 국회의원들의 마음으로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기도 시간이 계속되자 스크린에는 국회의원 명단이 띄워졌고 참가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의원을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위정자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하나님을 대적하는 정책의 방향이 바뀌도록’ 등 구체적인 기도 제목이 나눠졌고, 마지막으로 모든 참석자는 장성용 대학동감리교회 목사의 인도로 공동기도문 ‘민족복음화의 꿈’을 봉독한 뒤 ‘그리스도의 푸른계절’을 함께 찬양했다.

최상일 목사는 “하나님의 뜻이 펼쳐지는 정부,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나라가 되길 기도한다”며 “예수를 모르는 국회의원들도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정책은 하나님께서 친히 방향을 바꿔주시길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먼저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자리 되길 바란다”며 “특히 많은 청년이 모이는 만큼 다음세대 가운데서도 하나님 나라를 세워갈 위정자들이 나오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도 정치 영역을 위한 기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직장인 황예지(25)씨는 “1년 전 바로 이날,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을 때 무릎 꿇고 기도하던 순간이 떠올랐다”며 “오늘 예배 가운데 하나님께서 여전히 대한민국을 붙들고 계심을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제헌국회 기도문을 함께 낭독하며 하나님께서 이 나라에 주셨던 약속과 사명이 여전히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이번 홀리위크 주제처럼 위정자들에게 복음이 전해지고 하나님 나라가 대한민국에 임하길 믿는다”고 했다.


이기협(34)씨도 “지난 1년간 위정자들을 보며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지 질문만 늘었고, 기대보다 포기가 앞섰지만, 홀리위크 슬로건을 접하며 내 안에서 멈췄던 대한민국을 향한 마음이 다시 움직였다”고 했다. 그는 “엘리야 시대에 하나님이 7000명을 남겨 두셨듯, 이 나라를 위해 부르짖는 이들이 여전히 있음을 느낀다”며 “미약해 보이는 우리의 기도라도 하나님은 반드시 회복으로 이끄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홀리위크는 3~4일 저녁 집회, 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7시간 철야기도회로 이어진다. 남은 집회에는 이규 목사(시티미션교회), 김성훈 목사(인천큰기쁨교회), 임재웅 목사(신촌감리교회), 이용희 목사(에스더기도운동본부) 등이 강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