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대만은 환영과 감사의 뜻을 밝혔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3일 로이터통신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만 보장 이행법’에 서명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공식적으로 단교한 뒤에도 대만과 실질적 교류를 유지해왔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율 제한 규정을 적용해 왔는데 이를 완화하는 게 이 법안의 목적이다. 법안은 국무부가 5년마다 대만과의 교류에 적용되는 규정을 검토한 뒤 해제하거나 개선할 것이 없는지 모색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은 자율 제한 규정에 따라 고위 공직자의 대만 공식 방문을 금기시했고 미국과 대만 당국자 간 만남은 양측 청사가 아닌 곳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진 등 공식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현직 의원의 대만 공식 방문이 잇따랐다. 2022년에는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공식 방문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에 대만과 교류·접촉에 적용하는 모든 제한 지침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관련 규정을 복원했다.
이 법안은 초당파적 지지를 받아 미 연방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공화당 소속 앤 와그너 하원의원은 “이 법은 중국 공산당의 위험한 (대만) 지배 시도에 맞서 우리가 굳건히 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대만은 크게 환영했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초당파적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이 법은 미국·대만 관계 진전을 위한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도 “이 법의 통과는 미국·대만 간 교류의 가치를 인정하고 더 긴밀한 관계를 지지한다”며 “민주·자유·인권 등 양측이 공유하는 공동 가치의 견고한 상징으로 특별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만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미국 및 지역 내 이념이 비슷한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로운 번영과 안정적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이 대만과 어떠한 형태로든 공식 교류를 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문제의 법안은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에 규정된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한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분열 세력에게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고 비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자 중·미 관계의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고 명확히 약속했다. 그 범위 내에서 미국 국민은 대만 국민과 문화, 비즈니스, 기타 비공식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