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년 전 국회 쪽문에서 “모든 걸 망친 계엄 깊이 사과…국민 그만됐다고 할 때까지”

입력 2025-12-03 18:03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은 3일 “당시 여당 당대표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도서관 방면 쪽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년 전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당시 계엄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진입했던 장소다. 현장에는 배현진·안상훈·박정훈·정성국·고동진·진종오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윤희석·정광재·김준호 전 대변인 등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과 지지자 수백명이 참석했다.

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1년 전 오늘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이라는 위기를 겪었지만 몇 시간 만에 위기를 극복했다”며 “비상계엄을 막은 건 피땀으로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과 이를 삶에서 녹여내고 실천해온 국민들이었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쪽문을 가리키며 “바로 저 좁은 문을 통해서 어렵사리 국회에 들어가 계엄을 해제하는 데 앞장섰다”며 제가 그날 밤 계엄 발표를 보자마자 냈던 ‘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막겠습니다’라는 메시지는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지지자들과 동료들의 마음을 담아 공식적으로 냈던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날밤 우리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결단과 행동은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일지라도 앞장서서 막고 단호하게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음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전 대표는 계엄 직전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회고했다. 그는 “민주당의 폭거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헌법 정신을 저버리고 오직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저열한 정치 논리로 22번 탄핵과 함께 국정을 마비시켰다”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판결이 줄줄이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우리가 버텨내기만 하면 새로운 국면이 열리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비상계엄이 모든 것을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날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이 지켜낸 민주주의가 온전히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실 더 나빠졌다”며 “민주당 정권에서 대통령실 특활비가 부활했고 대통령실 앞 집회는 더 어려워졌고, 실세인 측근 비서관은 불러도 나오지 않고 약속했던 특별감찰관 감감무소식”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을 향해선 “자기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대통령이 사법부를 겁박하고, 인사에 개입하고, 검찰을 폐지하고 있다. 정적을 공격하라고 경찰을 사주하고, 대장동 공범들은 재벌을 만들어줬다”며 “헌법 존중 태스크포스(TF)라는 어이없는 이름으로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10·15 주거 제한 조치로 국민의 주거를 제한하고 국민이 스스로 삶을 기획하고 살아가려는 기본권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으로 나라를 망쳤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딱 계엄만 빼고 나쁜 짓 다해서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퇴행이 아니라 미래로 가자. 과거의 잘못 때문에 미래의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며 “ 우리가 내일로 나가려면 과거의 잘못된 사슬들을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지지자를 향해선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독려했다. 그는 “우리가 정말 어렵게 온 힘으로 만든 정권이 허망하게 무너진 것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궈낸 대한민국의 주역이고, 우리가 대한민국의 절반 그 이상을 받치고 있어야 대한민국이 건재할 수 있고 번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 지도부의 계엄 사과 메시지와 관련해 “사과는 받는 사람이 기준이고, 사과를 받을 분은 국민이지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국민께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렇게 막 나갈 수 있는 이유는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 마음에서 멀어지고 신뢰를 얻지 못해 우리의 말에 힘이 실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반성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기도 하고, 민주당의 폭거를 저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지방선거에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저는 국민의힘 정치인이고, 국민의힘이 국민들 사랑받고 국민의 도구와 힘이 되기 위해 존재하고 일하는 사람”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