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성, 머리 ‘쾅’ 기억 잃고 ‘쿵’ 45년 만에 되찾아

입력 2025-12-06 00:01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었다가 수십년 만에 머리를 또 다치면서 기억을 되찾은 인도 남성 리키(오른쪽). NDTV 캡처

16살 소년 시절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던 인도의 한 남성이 45년 만에 또다시 머리를 다치면서 기적처럼 기억을 되찾아 가족과 상봉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와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화 같은 사연의 주인공은 리키 람(62)씨다. 그는 1980년 당시 16세의 나이로 히마찰프라데시주 시르마우르의 고향 마을을 떠나 하리아나주 암발라로 향하던 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리키씨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전면적인 기억 상실증에 빠졌다. 당시에는 연락 수단이 마땅치 않아 가족들은 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애태우다 결국 부모님은 아들을 다시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게 되자 리키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라비 초우다리’라는 이름을 받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했다. 그는 뭄바이 등지에서 작은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마하슈트라주 난데드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세 자녀의 아버지가 됐다.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기적이 찾아온 건 몇 달 전이었다. 우연히 또 한 번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겪은 뒤, 놀랍게도 잊혔던 과거의 조각들이 꿈속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고향 마을의 망고나무, 좁은 골목길, 집 마당 그리고 ‘사타운’(Sataun)이라는 지역의 이름 등이 생생하게 떠오르자 그는 이것이 단순한 꿈이 아닌 자신의 진짜 기억임을 직감했다.

리키씨는 대학생의 도움을 받아 구글 검색으로 기억 속 마을에 있는 한 카페의 전화번호를 찾아냈고, 카페 주인인 루드라 프라카시(Rudra Prakash)와 통화를 하며 자신의 과거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소식이 마을에 퍼지자 친척인 MK 초베이(MK Chaubey)가 그를 알아봤고, 끈질긴 연락 끝에 마침내 자신의 형제들과 닿을 수 있었다. 지난달 15일 그는 아내와 자녀들을 이끌고 45년 만에 고향을 찾아 형제들과 눈물의 재회를 나눴다.

정신 건강 전문가 아디티야 샤르마 박사는 “부상 후 잃었던 기억이 또 다른 충격으로 회복되는 사례는 의학적으로 매우 드문 경우”라며 “정확한 원인은 정밀 뇌 스캔 등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