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이재명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9·19 군사합의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개선, END 평화구상 명칭 변경 등 세부적인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3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평화포럼 주최로 열린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에 참석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단계적 복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의 말은 정책인데 이행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찾겠다고 했는데 9·19 군사합의부터 해를 넘기기 전에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전 장관도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북한에 명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대화가 시작되기 어렵다”며 9·19 군사합의를 복원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언급했다.
외교·안보 부처의 의견 합치를 위해 NSC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은 김연철 전 장관은 “통일, 외교, 국방, 정보 분야가 착착 맞아떨어져야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며 “NSC의 기능과 역할과 조율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도 “안보실장 밑의 차관급 차장이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장관, 국정원장과 같은 급으로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NSC 체제를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END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단어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단계적인 한반도 평화 정책을 의미한다.
정세현 전 장관은 “END의 의미는 북한을 끝장낸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며 “북한이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장관은 아니지만, 토론에 참석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도 ‘END’의 부정적 의미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직 장관들은 북한이 대화장으로 나올 수 있게 이재명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인 임동원 전 장관은 “내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했고 또다시 한번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며 “이 시기에 북한이 움직일 여지가 생겼고 우리도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속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전 장관은 “지금은 미국과 북한 간 대화를 어떻게 할지 환경을 만드는 일이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라며 “주변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공감과 압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위상, 대한민국의 국격에 비춰보면 지금의 남북관계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바늘구멍이라도 뚫자는 이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