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통합우승을 지휘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왕조 구축’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내년 시즌도 박해민을 주장으로 낙점한 염 감독은 “올해 너무 잘해줬다. 본인의 성적을 떠나 리더십을 발휘해 선수단을 이끌어줬다”며 “좋은 기운을 그대로 이어가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염 감독은 “운이 많이 따라줬던 해였다. 우승을 하기까지 쉬운 경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재 LG는 좋은 시스템과 선수 전력을 갖췄다. 좋은 걸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다”며 “이 흐름을 잘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LG는 지난달 염 감독과 3년 최대 30억원에 재계약을 맺으며 ‘염경엽 2기 체제’를 알렸다. 선수단 전력 유지에도 힘썼다. 자유계약선수(FA) 김현수를 놓쳤지만 박해민을 4년 최대 65억원에 잔류시켰다.
염 감독은 “박해민을 붙잡아 공백을 최소화했다. 공수주 플레이에 주장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역할을 해낸 박해민과 함께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내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해민은 “감독님과 단장님이 좋아서 재계약을 했다. LG에 남아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LG는 이날 우승 멤버인 오스틴 딘, 앤더스 톨허스트, 요니 치리노스 등 외국인 선수 3인방과도 재계약했다. 염 감독은 “치리노스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불펜 난조가 없었다면 15~16승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LG는 치리노스와 톨허스트, 임찬규, 손주영, 송승기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웠다. 염 감독은 “송승기와 손주영의 성장도 큰 몫을 했다. 차명석 단장님이 선수를 잘 뽑아준 덕분”이라며 “결국 선발이 안정돼야 시즌 운영이 수월해진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2023년 통합우승에 성공한 LG는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밀려났다가 다시 정상에 복귀했다. 염 감독은 “추락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우승팀이 겪는 어려운 점들을 직·간접적으로 분석해서 메모를 해뒀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단장님과 상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KT 위즈로 떠난 베테랑 김현수의 빈자리는 새 얼굴로 메울 계획이다. 염 감독은 “모범적 태도를 보여준 김현수가 떠났지만, 그걸 보고 배운 고참들이 남아 있어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며 “오히려 육성을 통해 팀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리를 채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시즌 변수로는 처음 도입되는 아시아쿼터제를 꼽았다. 염 감독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각 팀의 성적이 최대 두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비슷한 몸값에 뛰어난 기량을 갖춘 투수를 활용할 기회”라는 생각을 밝혔다. LG는 올해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리그 경험을 갖춘 라클란 웰스를 아시아쿼터 투수로 뽑았다.
박구인 최원준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