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호른에 ‘65층’ 빌딩?…마천루 계획에 주민 반응은 싸늘

입력 2025-12-03 15:52 수정 2025-12-03 16:15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에 들어설 초고층 빌딩 '리나 피크' 건설 계획. 리나피크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의 한 건축가가 알프스의 명산 마테호른에 65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의 고질적인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체르마트 출신 건축가 하인츠 율렌(61)은 높이 260m, 65층 규모의 마천루 ‘리나 피크’(Lena Peak)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알프스 계곡을 따라 펼쳐진 체르마트 마을의 주거난을 마천루로 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총 사업비 5억 유로(약 8500억 원)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건물 하단부 32개층을 지역 주민을 위한 저가 주택으로, 상층부 30개층을 부유한 외국인 투자자용 고급 아파트로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율렌은 “주택난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며 자신의 계획이 체르마트의 심각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부지를 확보했으며, 건물 내에 25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1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스포츠센터 등 편의 시설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체르마트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청정 지역이다. 한쪽으로는 마테호른산의 굽이치는 산봉우리가, 다른 한편엔 고르너그라트 산등성이가 보이는 곳이다. 주민들은 거대 건물이 들어서면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난개발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마을의 상주인구는 약 5800명이지만 겨울철이 되면 4만명으로 급증한다. 평균 주택 가격도 유럽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온라인상에서도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차라리 마테호른 산을 파내서 그 안에 아파트를 짓지 그러냐”며 비꼬았고, 또 다른 누리꾼은 “마테호른이 안 보일 정도로 높게 지어서 관광객이 끊기면 집값이 내려가긴 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