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1년, 교계 “교회는 개혁 대상…신앙 회복하자”

입력 2025-12-03 13:43 수정 2025-12-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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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45년 만에 선포된 지난해 12·3 비상계엄의 여파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사회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독교 공동체가 정치와의 결탁을 끊고 공적 책임을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교계 안팎으로 나온다. 교계는 또 “교회의 본질적 신앙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박승렬 목사)는 3일 ‘12.3 비상계엄 1주기에 부쳐–광장의 약속을 지키는 교회의 책임’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NCCK는 “교회는 기억을 지키는 공동체”라며 “NCCK는 12.3 비상계엄 이후 남겨진 과제를 함께 새기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용기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NCCK는 “권력의 주권이 시민에게 있다는 헌정의 원칙은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가. 그리고 시민의 자유는 얼마나 쉽게 중단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비상계엄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관련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나 정의의 완결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비상계엄을 막아낸 사건을 넘어 그 이후를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이라며 “거짓과 혐오가 공동체를 갈라놓으려 할 때, 교회는 침묵하지 않고 환대와 진실의 언어로 맞서며, 평화를 기다리는 대림의 마음으로 끝까지 이 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김종미 남오성 임왕성 박종운)는 공적 책임을 저버린 교회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어떤 교회와 지도자들은 독재적 권력에 편승하여 침묵하거나 심지어 이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또 서부지법 폭동사건, 극우주의자 초청 강연, 일부 대안학교의 극우 교육 온상화, 기독인 지도자들이 정교 유착으로 내란 관련 수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들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국가의 정치·문화·이데올로기를 곧 ‘기독교적 가치’로 동일시하는 심각한 왜곡을 낳았다”며 “교회는 더는 이러한 사대주의적 신앙이 한국 사회에 또 다른 형태의 영적 억압과 허위의식을 낳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이종화 목사)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이성구 목사)는 정의·평화 회복을 위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기장 총회는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는 단순한 오판이 아니라 국민 주권과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파괴하려 했던 명백한 내란 행위였다”고 규정하면서 “그로부터 1년이 흘렀으나 우리는 통탄스러운 마음으로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장 총회는 “지난 1년의 혼란을 종식하고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길은, 정쟁을 멈추고 무너진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데에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 지도자들은 내란 사태의 교훈을 뼈저리게 새기며,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헌신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장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정의를 외치고, 평화의 복음으로 갈라진 시대를 치유하는 사명을 멈추지 않겠다”며 “하나님께서 이 땅에 참된 정의와 평화를 이루시어, 다시는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는 역사를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총회장 정훈 목사)는 지난달 정훈 총회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기득권에 안주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잃고 젊은 세대와의 공감 능력을 상실한 교회로 남게 되었음을 깊이 반성한다”며 “오늘 교회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됐음을 부끄럽게 고백한다”고 말했다.

예장통합은 “정치 권력은 특정 종교 세력의 지지로 반사이익을 얻어서는 안 되며 대가로 특혜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며 “정치와 종교의 부정한 결탁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질서를 훼손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마 16:24)과 피 흘리기까지 죄와 싸우라(히 12:4) 하신 말씀에 순종해 한국교회를 바로 세워 개혁하며, 국민과 시민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