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자?” 가짜뉴스에 마크롱, 언론인증제 도입 제안

입력 2025-12-03 11:2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내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를 겨냥한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 단체가 주관하는 ‘언론 인증제’ 도입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언론계에 사실을 검증하고, 윤리 규범을 따르는 매체를 식별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 도입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지역지 ‘라 부아 뒤 노르’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누가 진지한 사람이고, 누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인증 제도가 존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제안이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들이 퍼뜨린 ‘브리지트 여사 남성설’과 ‘소아성애자설’ 등 황당무계한 루머에 대응하려는 조치임을 설명했다.

당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발언은 최근 우파 재벌 뱅상 볼로레 소유의 매체들이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우파 진영은 즉각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마크롱과 정치 성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증 대상에서 배제돼 ‘가짜뉴스 유포자’라고 낙인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언론인증제는 모든 민주주의자가 반대하는 위험한 아이디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우파 공화당의 브뤼노 르타이오 대표 역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진실 왜곡 부서를 언급하며 “프랑스에는 ‘진리부’가 필요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공화당은 “마크롱은 좋은 언론과 나쁜 언론을 지정할 권한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적이 없다”며 “뉴스 인증은 ‘공식 진실’을 도입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며 반대 청원 운동에 돌입했다.

이에 엘리제궁은 SNS에 볼로레가 소유한 언론들이 ‘정부가 직접 인증제를 운영하려 한다’는 식의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언론 인증제를 정부가 운영한다면 독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 제도를 국가가 아니라 언론인들이 운영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