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내란 특검 측을 향해 “2분 동안의 전화 통화로 내란 공모가 가능한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비상계엄 당일 2분간 이뤄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 의원의 통화를 범행 공모 장면으로 제시했는데, 법원은 이에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기각 사유가 나온 결정적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새벽 4시50분쯤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추 의원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밝혔다.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를 도왔다는 특검 측 주장이 현재로서는 다툼의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부장판사는 전날 영장심사에서 내란 특검 측에 “윤 전 대통령과 추 의원의 사전 논의가 없었다면 2분 만에 전화통화로 내란 공모를 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추 의원은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22분쯤 윤 전 대통령과 2분간 통화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고, 추 의원은 이에 따라 계엄 해제 표결 방해에 나섰다며 범죄 사실을 구성했다. 윤 전 대통령과 추 의원이 이 통화로 ‘사후 공모’를 했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의 질문은 이 같은 특검 측 논리에 근본적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장판사가 구속영장 기각 판단에 이르게 된 핵심적인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영장 기각 사유 중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건 결국 윤 전 대통령과 추 의원의 범행 공모 여부에 대해 다툴 사유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검은 추 의원이 계엄 당일 비상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 변경한 점을 표결 방해 정황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서도 “의총 장소를 바꾸는 게 국회의원의 표결 행위와 꼭 관련이 있느냐”거나 “원내대표가 개별 의원의 표결을 다 좌지우지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해제 표결을 했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의 사례도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계엄 당일 추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던 9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이다. 이들 중 본회의장으로 가서 계엄 해제안에 표결한 사람은 김 의원 한 명뿐이었다. 추 의원 측은 영장심사에서 “추 의원과 원내대표실에 있었던 김 의원이 표결을 하러 간 것은 추 의원의 표결 방해 행위가 없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추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수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 모두가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며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 누구에 대해 과연 구속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항변했다.
이서현 구자창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