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법 자금 수수 혐의’ 사건의 판결문에서 검찰의 위법 수집 증거 행태를 곳곳에서 질타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특히 임의제출 확인서를 받는 과정에 대해 “검사가 명확한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 전 의원 사건 항소 기한 만료일인 3일 검찰은 항소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가 3일 입수한 노 전 의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휴대전화 전자정보가 별건 범죄 수사 중 취득된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하며 총 3가지 근거를 들었다. 별건의 전자정보에 대해서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임의 제출 과정이 적법하지 못했고, 본건과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본건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사업가 박모씨의 10억원대 알선수재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박씨 아내 조모씨의 휴대전화에서 노 전 의원에 대한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해당 휴대전화를 증거로 노 전 의원이 지난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각종 사업 도움과 공무원 인허가 및 인사 알선, 선거비용 명목 등으로 박씨 측으로부터 5회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노 전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박씨 역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노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검사는 이정근 사건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에 관 한 전자정보를 발견하고도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탐색·선별행위를 중단하지 않은 채 이를 계속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전자정보를 탐색하다가 노 전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을 우연히 발견한 뒤 즉시 탐색을 중단하고 조씨를 소환해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선별을 계속한 후 비로소 조씨로부터 임의제출 확인서를 제출받았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검사로서는 얼마든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전자정보를 증거로 취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별도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추가 탐색을 계속한 후 피압수자로부터 발견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휴대전화 임의 제출 과정도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씨는 임의제출 당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가 피고인 노웅래와 관련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없고, 어떤 사건의 증거로 쓰이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준비되어 있던 임의제출 확인서에 서명만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씨는 자신도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사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임의제출 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조씨의 명확한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확인하지 않은 채 모든 전자정보를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다”며 “적법절차, 영장주의, 비례의 원칙은 물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관점에서 이 사건 전자정보까지도 임의제출 되어 압수된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근거로 이정근 사건과 노 전 의원 사건의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노 전 의원에 대한 항소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위법 수집 증거로 수사의 적법성이 흔들린 상황에서 항소 실익이 낮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된 만큼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재현 양한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