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됐다. 수사 막바지로 향하던 내란 특검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수사 기한인 오는 14일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특검은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9시간에 걸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3일 새벽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점, 피의자 주거·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특검은 추 의원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의원총회 장소를 수차례 바꿔가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법원은 추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만큼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이 의총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꾼 배경에 표결 방해 의도가 있었다는 특검 논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셈이다. 이 경우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가담했다는 결론도 성립하기 어렵다. 법원은 그간 추 의원이 특검 조사에 응했고 현역 의원인 점을 고려해 도주 우려도 낮다고 봤다.
특검 측에선 박억수 특검보와 최재순 부장검사 등이 투입됐다. 특검 측은 재판부에 618쪽 분량의 의견서와 304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제출하며 추 의원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검은 여당 원내사령탑이었던 추 의원이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저지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에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을 넘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적극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총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 바꾸며 다수 국민의힘 의원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반면 추 의원 측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 직후 의총 장소를 오히려 당사에서 국회로 바꿨고,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이동한 점 등에 비춰 표결 방해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의원 그 누구에게도 국회 표결 불참을 권유하거나 유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최후 진술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특검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수사기간이 12일에 불과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로 수사를 확대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