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국내에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해외처럼 주요 전략산업을 국부펀드가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국가 재정 운용이 ‘투자금융’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KIC의 국내투자 허용과 법체계 정비를 골자로 하는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KIC는 현행법상 기금관리주체로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해외에서만 운용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국내 산업에 대한 전략·혁신 투자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는 문제가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10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지적되기도 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국부펀드가 국가전략산업을 직접 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그간 제기돼 왔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세계 GDP가 약 37.5% 증가하는 동안 전 세계 국부펀드 자산은 6.4조달러에서 12.9조달러로 101% 이상 증가했다. 국부펀드가 국가전략 추진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테마섹, 대만 NDF, 일본 JIC, 영국 NWF 등 해외 주요 국부펀드들은 이미 자국 내 전략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통해 기술경쟁력 확보와 산업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만의 경우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TSMC 또한 설립 초기 정부 자본이 48%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KIC는 2024년 기준 2065억달러(302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국내투자 기능 부재로 인해 국가 핵심 전략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하의 자산을 원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하고, KIC가 일정 비율 범위 내에서 국내에서도 위탁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KIC가 세계적인 운용 규모를 갖고 있음에도 국내투자 금지 조항으로 인해 전략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며 “국내투자 허용은 전략·혁신 산업을 국가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이미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IC가 전략산업 육성 투자에 뛰어들면 비효율적인 중복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