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 판매에서 레저용차(RV) 비중을 절반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중·대형차가 꾸준히 인기를 끌며, 내수 부진 속에서도 ‘큰 차’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차량을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닌 생활 공간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굳어지면서 내년에도 RV 중심의 판매 구조가 더 강화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11월 국내에서 65만288대를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RV가 30만4986대로 46.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50만1199대 중 33만4867대가 RV였고 비중은 66.8%에 달했다. 두 회사의 RV 판매 비중을 합치면 55.6%로, 국내에서 팔린 차량 2대 중 1대 이상이 RV였다.
현대차의 RV 비중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2021년 38.1%, 2022년 39.5%, 2023년 40.9%로 처음 40%대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46.5%로 전년 대비 5% 포인트 이상 뛰었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전체 판매 구조가 RV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여가 활동과 ‘차박’ 유행, 가족 단위 이동 증가 등이 RV 수요를 키웠다. 넓은 적재 공간과 높은 실내 활용성 덕분에 RV는 승용차 대비 인기가 높아졌다. 현대차는 캐스퍼·코나·싼타페·팰리세이드·아이오닉9 등을, 기아는 스포티지·쏘렌토·카니발·EV9 등을 앞세워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하고 있다.
수출에서도 RV의 존재감이 커졌다. 현대차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보낸 약 95만대 중 68.0%가 RV였으며, 지난해 전체 기준 비중(59.7%)보다 높았다. 기아 역시 국내 판매·수출 모두에서 RV 비중이 약 70%로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 RV는 승용차 대비 가격과 이익률이 높아 양사 영업이익에 큰 도움을 주는 효자 차종으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에도 RV 신차 출시를 이어간다. 현대차는 하반기 준중형 SUV 투싼 5세대(NX5)를 6년 만에 선보이고, 2023년 등장한 5세대 싼타페의 부분변경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디자인 호불호가 컸던 싼타페는 외관 변화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도 RV 라인업을 확장한다. 내년 1월 첫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가 나오고, 하반기에는 GV80 하이브리드 출시가 예정됐다. 대형 전기 SUV GV90 역시 데뷔를 앞두고 있다.
기아는 내년 니로 부분변경 모델과 셀토스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RV 라인업 확대와 상품성 개선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RV 판매 비중을 유지하거나 더 높인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RV는 이미 국내 완성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전체 시장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내년에 다양한 RV 신차를 출시하면서 RV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