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거품론 ‘빅 쇼트’ 버리 “테슬라도 터무니없이 고평가”

입력 2025-12-02 16:28
2015년 영화 ‘빅쇼트’에서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를 연기하고 있는 장면. 영화 ‘빅쇼트’ 스틸컷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산업 거품론을 제기한 데 이어 미국 대표 기술주 테슬라도 고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30일자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에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지금 터무니없이 고평가돼 있고, 오랜 기간 이런 상태가 계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테슬라가 대규모 주식 보상을 시행하고 자사주 매입은 없어 결국 매년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3.6%씩 희석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역대 최대 보상안 때문에 이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초 주주총회에서 머스크가 회사 시총 8조5000억달러 돌파 등 경영 목표를 달성하면 1조달러(약 1470조원)의 주식을 지급하는 보상안을 통과시켰다.

마이클 버리. 엑스 캡처

버리는 “‘일론 컬트’(일론 숭배 집단)는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전기차에 ‘올인’했다. 이후에는 자율주행에, 지금은 로봇에 올인하고 있다. 물론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라고 비꼬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전 거래일 종가는 430.14달러(약 63만원)로 최근 6개월 사이 25.5% 상승했다. 테슬라 주식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9배다. 최근 5년 평균인 94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현재 미국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22배 수준이다.

테슬라는 이른바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주식이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267억5000만달러(약 39조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예견해 관련 자산 가격 하락에 돈을 거는 공매도 기법으로 거액을 벌어들였다. 그의 이야기는 2015년 영화 ‘빅 쇼트’로 만들어졌다.

버리는 최근 AI 산업 거품이 심각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AI 산업 주요 종목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