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으로 3900만원 털린 20대, 경찰 수사로 되돌려받아

입력 2025-12-02 15:45
보이스피싱 조직 자금수거책이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자와 대화한 내용. 대전경찰청 제공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모텔에서 ‘셀프감금’을 하던 20대 남성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 덕분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사기 피해금을 되찾았다.

2일 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지난 5월28일 오전 11시쯤 본인에게 등기가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어서 도착한 문자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한 사건 관련 서류의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성매매업소에서 A씨 명의의 대포통장이 발견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뒤에는 자신을 검사라고 밝힌 20대 남성 B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A씨에게 “보호관찰이 필요하니 반차를 내고 숙박업소에서 대기하라”고 명령했다.

대전 유성구의 한 모텔에서 숙박을 시작한 A씨는 며칠 동안 B씨와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만 했다. 결국 본색을 드러낸 B씨는 “당신 계좌에 입금된 돈을 추적해야 한다”며 A씨를 속인 뒤 3900만원을 입금하도록 유도했다.

B씨에게 돈을 송금한 뒤 의구심을 품은 A씨는 갖고 있던 다른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 수법을 검색했고,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즉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대전청 형사기동대 피싱반 장예익 경장은 약 3개월간 B씨의 계좌와 행적을 추적해 보이스피싱 자금수거책인 그를 붙잡았다.

B씨 명의로 된 가상화폐거래소에 남아 있던 피해금 3900만원 역시 모두 되찾아 A씨에게 돌려줬다.

피해자 A씨가 대전경찰청 홈페이지에 작성한 모범경찰관 추천글. 대전경찰청 제공

장 경장의 끈질긴 추격 끝에 피해금을 돌려받은 A씨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대전청 홈페이지에 ‘모범경찰관 추천’ 글을 작성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은 피해 회복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고 체념한 상황이었다”며 “장 경장이 체계적으로 피해회복 절차를 도와주셔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청장과의 대화’에도 글을 남긴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대전청에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들이 있구나’라는 확신을 가졌다”며 “특정 형사님에 대한 감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전청 전체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함께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같은 전화를 받았을 때 다른 경로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딱 한 번의 전화나 한 번의 방문으로도 충분히 범죄를 막을 수 있으니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