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카리브해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공습 후 생존자 2명을 ‘2차 공격’해 사살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지자 합법적인 행동이었다고 1일(현지시간) 해명했다. 다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모두 죽여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현장을 지휘한 해군 제독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프랭크 브래들리 제독에게 이 공격을 승인했다”고 방어하며 “브래들리 제독은 권한과 법률 범위 내에서 작전을 지휘해 보트를 파괴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브래들리 제독이 2차 공격을 명령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의 권한 내에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9월 2일 카리브해에서 발생했다. 미 해군은 당시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국적 선박을 격침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워싱턴포스트(WP)는 해당 공격 당시 헤그세스 장관이 “모두 죽여라(kill everybody)”라 구두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하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신문에 따르면 첫 공격으로 배에 있던 11명 중 9명이 사망했고, 두 번째 미사일 공격으로 남은 2명까지 사망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WP 보도 이후 소셜미디어에 “마약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일을 이제 막 시작됐다”며 카리브해 군사 작전이 “미국 및 국제법상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레빗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첫 번째 공격 이후 생존자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미 의회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는 각각 별도의 조사를 개시해 해당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 잭 리드 의원은 공습 영상 공개를 요구하며 “그들이 잘못한 게 없다면 해당 영상이 무죄를 입증해줄 것이다. 왜 공개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관련 조사가 절차에 따라 철저히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는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생존자 2명을 2차 공격으로 살해한 것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피트(헤그세스 장관)는 두 사람의 죽음을 명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나는 그를 믿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생존자까지 표적이 된 점에 대해 질문받자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9월 이후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을 운반 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21차례 공격해 사망자는 8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카리브해에 최대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을 배치하고 지상 작전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 나라를 수호하고 평화의 길로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