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 1.2조 늘린 ‘감정평가 예산’ 내년에 30% 감액

입력 2025-12-01 18:10 수정 2025-12-01 21:17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전경

정부가 올해 1조2000억원 이상 세수를 끌어 올린 ‘감정평가 예산’을 내년에는 30%나 감액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예산은 각 부처 예산을 일률적으로 ‘지출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줄어 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가 예산 효율성을 평가하지 않은 채 행정 편의적으로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심의 중인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국세청 소관 감정평가 예산은 67억원 규모다. 올해보다 29억원(30.2%)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45억원에서 올해 96억원으로 배 이상 늘렸던 예산이 다시 쪼그라들게 생겼다.

당초 정부가 올해 감정평가 예산을 늘렸던 이유는 고가 단독주택 등에 대한 적정 과세 때문이다. 서울 한남동 단독주택처럼 공시가격이 많게는 수백억대인 고가 주택들은 양도·상속 시 비교할 주변 시세를 찾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지자체 기준시가를 토대로 과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실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과세표준이 매겨진다. 그만큼 세금도 덜 내게 된다. 감정평가 예산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쓰이지만 총액이 적다는 판단에 증액을 했었다.

증액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강민수 전 국청장은 지난 1월 ‘2025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에서 “부동산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하면 1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298건을 감정평가해 신고액(1조4657억원)보다 1조2432억원 더 많은 2조7089억원을 과세했다.

이런 상황에도 내년도 감정평가 예산이 감액된 이유로는 지출구조조정이 꼽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에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역대 최고 수준인 27조원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효과가 적은 지출을 줄여 인공지능(AI) 투자 등 필요한 부분에 쓰겠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부처 별로 일률적 예산 감소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별로 일괄적으로 15~30%를 감액했었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 예산 역시 그 중 하나다.

국회에서조차 이와 관련해 비판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예산 감액 사유를 물었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예산 감액과 관련해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국회 예산결산심의특별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만큼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르면 2일 중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확정할 예정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