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위 추락에 험난한 스토브리그까지…암울한 ‘디펜딩 챔프’ KIA

입력 2025-12-01 17:54
KIA 타이거즈 최형우(왼쪽)와 양현종. KIA 제공

올 시즌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규리그 8위로 추락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비시즌 핵심 선수들의 이탈까지 이어지며 구단의 ‘집토끼 단속’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KIA는 1일 기준 내부 자유계약선수(FA) 6명 가운데 단 1명과 계약했다. 좌완 불펜 이준영과 3년 최대 12억원으로 도장을 찍은 게 전부다.

스토브리그 초반부터 난관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내야를 책임졌던 유격수 박찬호가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김도영을 비롯해 김규성과 윤도현, 박민 등이 대체 자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5시즌 동안 리그 유격수 중 최다인 5481이닝을 소화한 박찬호의 이탈은 적잖은 충격이 될 전망이다.

KT 위즈 한승택. KT 제공

포수 한승택도 KT 위즈로 팀을 옮겼다. 그는 올 시즌 15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지난 10년간 백업 자원으로 꾸준히 안방을 지켜왔다. 내년 시즌 주전 김태군이 36세가 되는 만큼, 백업 포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비교적 경험이 적은 한준수와 주효상이 그 임무를 분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승택의 빈자리는 아쉬운 대목이다.

베테랑 최형우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그는 2017시즌을 앞두고 리그 최초로 FA 100억원 시대를 열며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로 이적했다. 이후 2021시즌과 지난 시즌 각각 3년과 2년 단위의 추가 계약에 성공했다. 올 시즌 타율 0.307 24홈런 86타점으로 건재함을 입증해 재계약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KIA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이 삼성이 빈틈을 파고들며 친정 복귀 가능성이 커졌다. KIA는 올해 35홈런으로 부문 3위에 오른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과의 재계약도 포기했다. 여기에 최형우까지 떠나면 전반적인 공격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의 계약도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현역 최다인 통산 186승을 자랑하는 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KIA와 4년 FA 계약을 맺었다. 올해 7승에 그치는 사이 평균자책점이 5.06으로 치솟으며 노쇠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그를 제외하면 토종 선발진 중 규정 이닝을 책임질 자원이 뚜렷하지 않은 실정이다. 구단은 양현종의 상징성과 최근 성적 사이에서 계약 규모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필승조 조상우와의 협상도 남아 있다. 최근 이영하와 최원준(이상 두산 베어스) 등 오른손 불펜 투수가 FA 시장에서 대형 계약을 따내면서 조상우의 거취도 단숨에 결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