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 ‘모범국’ 우간다도 난민에 문 닫는다

입력 2025-12-01 18:05 수정 2025-12-01 18:05
2019년 6월 22일(현지시간) 수단의 준군사조직 반군 신속지원군(RSF) 대원들이 하르툼 시내에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AP연합뉴스

전쟁과 기근을 피해온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가장 개방적인 난민 정책을 펴왔던 우간다가 최근 난민 정책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원조가 급감한 가운데 정착촌 포화와 자원 고갈 문제로 더 이상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난민 정책 모범국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았던 우간다마저 문을 좁히자 국제사회 전반의 난민 수용 축소 흐름이 이제는 저개발국으로까지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간다 정부는 지난 10월 취약계층 난민만 지원하겠다며 분쟁국이 아닌 지역에서 온 난민 등록을 전면 중단했다. 정부 추산으로만 5000명이 입국을 거부당했다. 소말리아 등 내전과 폭력에 시달리는 국가 출신 난민들을 국경에서 돌려보내는 사례도 있었다. 케냐·에티오피아·이집트 등 주변국 또한 자금 부족을 이유로 신규 난민 유입을 제한하고 있어 동아프리카 전역에 ‘문 닫기’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우간다는 지금까지 난민에게 가장 자애로운 정책을 펴는 나라로 평가받았다. 우간다는 2014~2017년 인근 콩고민주공화국·남수단·수단 등에서 넘어온 난민 약 200만명을 받아들였고 이들에게 노동과 이동의 자유를 허용했다. 일부에게는 경작할 토지를 무상 배분해 자립기반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2021년 탈레반 집권 뒤 카불을 떠난 아프간 난민을 수용한 아프리카 최초의 국가도 우간다였다.

이런 관대한 역할은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 해던 2023년 미국은 우간다 난민 지원 사업에 식량·의료·교육 명목으로 8300만 달러(약 1218억원)를 제공했다.

그러나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미국은 전통적인 대회 원조 통로였던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했다. 유엔 난민기구(UNHCR)가 올해 우간다 난민 지원 사업을 위해 회원국 정부와 유럽연합(EU), 국제기구 등에 요청한 자금 중 확보된 금액은 18%에 그쳤다.

WSJ는 우간다 난민 수용 현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남수단 국경 인근 정착촌에서는 일주일에 두 세끼로 연명하는 가구가 적지 않으며 어린이의 3분의1이 영양실조 상태다. 콩고 국경 주변에서는 세균 감염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일부 정착촌에서는 담요·방수포 등 기본 구호물자가 바닥나 난민들이 길바닥에서 잠을 자는 실정이다. 배분할 농지도 고갈돼 난민 간 충돌도 잦다.

우간다 정부는 더는 난민 수용이 어렵다며 일부 난민이 위험해지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UNHCR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4000명 이상이 부룬디·남수단 등으로 귀환했다. UN은 연말까지 약 2000명이 내전 중인 수단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 수단에서는 잔혹한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