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침반 ‘구리’, 공급난 우려에 가격 사상 최고치

입력 2025-12-01 17:35 수정 2025-12-01 17:42
구리. 게티이미지뱅크

실물 경제의 선행 지표로 통하며 일명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 속에 미국의 관세 리스크까지 맞물리면서 ‘공급 대란’의 공포가 시장을 덮친 탓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이 최대 0.9% 오른 t당 1만1294.5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2.3% 급등한 이후로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 가격도 1.6%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 심화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을 꼽는다. 여기에 전기화와 에너지 전환으로 구리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광산 업체들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수입 구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사재기’ 움직임이 공급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구리 산업 콘퍼런스에서는 예기치 못한 광산 가동 중단 사태가 잇따라 보고되며 공급 우려를 키웠다. 제련 업체들은 원광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간 프리미엄도 치솟고 있다. 올해 LME 구리 가격은 약 30% 상승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EV),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로서 구리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코멕스(COMEX)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 7월 30일 이후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당시 폭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50% 관세가 구리로 만든 반제품과 파생 제품에만 부과되고, 구리 광석 등 원료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롯됐다.

시장은 여전히 내년 중 구리 제품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미국 내 구리 가격이 런던보다 높게 형성되는 ‘프리미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형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머큐리아 에너지 그룹의 코스타스 빈타스 금속 부문 대표는 “내년 1분기에만 50만t 이상의 구리가 관세를 피해 미국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