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쉬운 동남아 벗어나 두바이로…불법 도박사이트 조직 검거

입력 2025-12-01 15:28
경찰이 두바이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A씨의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증거물들. 강원경찰청 제공

추적이 쉬운 동남아 국가를 벗어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도박공간개설 및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 A씨(32) 등 조직원 26명, 도박참여자 58명 등 총 84명을 붙잡고 이중 10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 조직은 두바이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2개를 운영하면서 약 4년간 1200억원 규모의 도박 공간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존에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이 거점으로 삼았던 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는 국제공조때문에 수사기관에 쉽게 적발되지만, 두바이는 이들 국가에 비해 국제공조가 원활하지 않고 자금세탁이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A씨는 보안을 위해 자신의 친구나 선·후배들을 홍보팀, 대포통장 모집·관리팀, 자금세탁팀, 해외운영팀 등 책임자급 실장으로 영입했다. 영입한 인원들은 조직원 명의로 만든 유령법인의 직원으로 등재시켜 장기 취업비자를 발급받도록 했다.

이들은 SNS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도박사이트를 홍보하는 한편 ‘고수익 알바를 보장한다’면서 하부 조직원을 영입해 두바이로 출국시키기도 했다.

조직원들은 총책 및 실장, 팀장, 팀원으로 계급을 분류하고 하위 조직원들이 상위 조직원에게 절대 복종하도록 만들었다. 보안을 위해 조직원끼리는 닉네임만을 사용했고 익명성이 강한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두바이 현지에서는 실장급 조직원이 팀원들의 여권을 관리하면서 국내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했다.

일부 조직원은 윗선의 지시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중·고교생의 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계좌번호를 수집해 범행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을 도박사이트 회원으로 가입시킬 경우 조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관련 제보를 받은 경찰은 약 10개월 간의 수사 끝에 이들 조직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범죄 수익을 고가의 차량, 명품가방 구매 등에 사용하거나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등 주요 간부들의 범죄수익금 60억8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강원청 관계자는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도박범죄 척결을 위해 전문 수사 인력을 적극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