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왜곡죄’ 신설 법안(형법 개정안)과 관련해 경찰청이 “법 적용에 대한 판단은 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며 국회에 ‘신중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원들이 사법경찰관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경찰관이 처벌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생기자 적극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역시 신중 검토 의견을 내며 법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왜곡죄 신설을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법 적용에 대한 판단은 경찰 검찰 법원 등 각 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신중검토 입장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경찰은 1차적 수사기관으로서 범죄사실에 대해 최초로 법을 적용하게 된다”며 “그 후 검찰 법원에서 법 적용이 달라진 경우 수사한 경찰관을 상대로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관과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법왜곡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제시한 것이다.
경찰청의 이런 입장은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수사기관이 처벌될 수 있어 사법방해 수단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법무부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법무부는 “개정안들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해 수사의 진행이나 결과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고소·고발이 가능하다”며 “수사기관의 방어적·소극적 직무수행을 조장해 정상적 업무 수행을 위축시킬 수 있고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법 왜곡’에 대한 주관적 가치판단이 개입돼,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도출된 경우 ‘법 왜곡’을 주장해 불필요한 고소·고발이 남발됨으로써 수사기관의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동일한 법률관계에 대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분쟁이 불가피해짐으로써 법적 안정성에 문제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이날 법왜곡죄 신설을 포함한 형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소위에 올라온 5개 법안 중 검사·판사 외에 사법경찰관이 법왜곡죄 주체로 포함된 건 민주당 이건태·김용민 의원안이다. 같은 당 박찬대·민형배 의원안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안은 판사와 검사만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안에는 ‘사건처리지연죄’도 포함됐다. 이는 판사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이나 수사 처리를 과도하게 지연시킬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서도 “‘과도한 지연’은 판단 주체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있어 무엇이 과도한 지연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가 단순히 장기화됐다는 이유만으로 사건관계인이 일단 수사관을 고소·고발하는 남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한주 구자창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