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스파이?’ 자동차로 정보 빼돌리는 중국… 영국·이스라엘 보안 경고

입력 2025-12-01 08:17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중국 전기차가 해외 주요 정보를 빼돌리는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다.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나 영상 등을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려’ 수준이던 보안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관용차로 도입한 중국 전기차 내부에 최근 ‘국방부 기기를 차량에 연결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 스티커를 부착했다. 영국 국방부는 한정된 예산으로 수많은 관용차를 한꺼번에 전기차로 교체하려다보니 저렴한 중국산을 택했다. 이미 740대 넘는 중국 전기차를 들여온 뒤에야 차량이 탑승자 휴대폰에 담긴 연락처·문자·위치 등 정보를 중국 서버로 전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텔레그래프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도입한 중국 전기차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트로이 목마’로 돌변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피해망상”이라며 반발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중령 이상 간부들에게 보급했던 중국 전기차 약 700대를 도로 회수했다. 보급 당시에도 보안 우려 때문에 차량 내 카메라와 마이크 등을 비활성화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배경을 두고 실제 정보 유출 사례를 감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차량 소프트웨어와 펌웨어 깊숙한 곳에 ‘백도어’(비밀 접근 통로)를 숨겨 놓으면 카메라나 마이크 같은 하드웨어를 꺼도 다른 경로로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전기차는 자율주행을 위해 주변 사물과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정보가 새나갈 수 있다는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올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보안포럼에선 ‘악의적 국가’가 정부·군·기업 관계자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국가 시스템을 교란하는 데 센서·마이크·얼굴 인식 카메라 등 최신 전기차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브스는 중국 전기차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특정 지역의 군사 시설이나 보안 구역을 고해상도로 스캔하고 이를 중국에 전송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 측은 서방의 이런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지만 전기차가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중국 정부도 2022년 허베이성 베이다이허에 테슬라 차량이 못 들어오게 막았었다. 매년 8월 이곳에선 중국 초고위층이 모여 비공개회의를 여는데 테슬라에 달린 카메라가 기밀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전기차의 보안 이슈는 전기차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에게 반사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 보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새로운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며 “외부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높은 수준의 사이버 보안 시스템 구축은 한국 전기차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