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하루 만에 뒤집힌 장군 강등, 정치에 흔들린 軍

입력 2025-11-30 14:35 수정 2025-11-30 20:11

1979년 12월 12일 군사 쿠데타에 성공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는 군권을 완전 장악하기까지 작업 하나가 더 남아있었다. 전 사령관을 위시한 신군부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을 방조한 책임을 물어 대장에서 이등병으로 강등시켰다. 이를 시작으로 군 핵심 요직 장교들을 체포·감형·전역시키는 내부 숙청을 단행했다. 군 내부 규율과 법적 절차가 무시된 일련의 사건들은 군 조직 전체를 공포와 불신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우리는 근대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정치적 방향이 절차와 법치를 압도하는 순간 군 조직의 신뢰와 결속은 붕괴한다는 걸 목격했다. 그 구조적 위험은 45년이 지나 새로운 역사적 흐름에서 되살아났다.

지난 28일 전역을 불과 이틀 앞둔 장군이 영관급으로 강등되는 전례 없는 사례가 연출됐다. 국방부는 12·3 비상계엄 당시 이른바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 육군 법무실장에게 중징계인 강등 처분을 내렸다. 앞서 근신을 결정했는데, “재검토하라”는 김민석 국무총리 지시 하루 만에 180도 다른 결론이 나왔다.

역사적 맥락과 목적이 전혀 다른 정승화의 강등과 김상환의 강등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려는 게 아니다. 징계 수위 자체의 적절성을 논하려는 것도 아니다. 정치적 압력이 군 인사 결정과 절차적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상징적 위험에 대한 문제다.

절차적 정당성과 법치성 위에 확립된 군의 독립성은 군부 정권 이후 쿠데타라는 원죄를 씻기 위해 군이 걸었던 여정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번복된 징계는 그 과업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징계를 변경할 수 있다며 법적 근거를 주장하는 국방부의 변명은 궁색하다. 법적 근거,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과 군의 독립성은 별개의 문제다. 국방부는 전역이 임박한 김 실장에게 ‘실효성 있는’ 징계를 처분하기 위해 졸속 판단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군내 심의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고, 독립적 판단은 작동하지 않았다.

군 내부에서는 “지휘 체계의 독립성이 붕괴된 중대 사안”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군은 독립성을 넘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조직 자주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내란종식을 최우선에 놓는 국방개혁은 이야기할 수 없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