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전동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에 대규모 배터리 개발 거점을 조성한다. 기존에 연구해왔던 배터리 소재, 셀 설계 및 공정 기술을 실제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배터리를 개발, 검증해 고도화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28일 경기도 안성 제5일반산업단지 내에서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 안성 캠퍼스 상량식’ 행사를 개최했다. 상량식은 지난 1월 착공한 배터리 캠퍼스의 안전한 시공을 기원하고, 배터리 연구개발 인프라의 본격적 구축을 알리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 안성 캠퍼스(배터리 캠퍼스)는 부지 약 19만7000㎡, 연면적 약 11만1000㎡ 규모로 조성된다. 현대차·기아는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배터리 캠퍼스는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배터리 설계·공정 기술을 검증하는 그룹 최초의 배터리 특화 연구개발 거점이다.
최근 배터리는 모빌리티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분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의 전동화 정책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완성차 제조사·배터리 산업 간 긴밀한 협력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차량 관점에서 성능과 안전 기준을 정의하고, 실제 운행 조건을 반영해 배터리를 통합 개발·검증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데, 배터리 캠퍼스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배터리 캠퍼스는 전극-조립-활성화 등 셀 제조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설비를 갖추고, 하나의 테스트베드 안에서 배터리 혁신 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품질, 안전성이 검증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셀 설계 기술과 공정 기술 및 차량 시스템과 연계된 통합 제어 기술을 직접 확보하고, 소재-셀-모듈-팩-차량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관점에서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캠퍼스에서 전기차,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등에 탑재될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배터리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로보틱스·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 신사업 전반에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 화성 기아 PBV 전용 공장에 이어 추진되는 대규모 국내 투자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배터리 캠퍼스는 앞서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125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 투자 전략을 전동화·배터리 R&D 분야에서 구체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행사에서 경기도, 안성시, 경기주택도시공사, 윤종군 국회의원과 배터리 캠퍼스를 지역 이차전지 산업 발전을 이끄는 배터리 허브로 육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양희원 사장은 “배터리 캠퍼스는 국내 배터리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산업 간 협업과 기술 고도화를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