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내년 상반기 안에 보유한 약 2500억원 상당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주주 환원을 확대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LG는 28일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이행현황’을 통해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302만 9581주 전량을 내년 상반기 안에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연내 입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LG가 선제적으로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을 밝힌 것이다.
앞서 LG는 지난해 11월 자사주 소각과 배당정책 개선, 중간(반기) 배당 시행 등의 주주 환원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그 일환으로 지난 9월 보유한 5000억원 상당의 자사주 중 절반인 302만9580주를 소각한 바 있다. 이날 남은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영구적으로 없애는 것으로,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배당정책 개선에 따라 최소 배당성향도 기존 50%에서 지난해 배당성향 76%(별도 조정 당기순이익 기준)를 달성했다고 LG는 밝혔다. 당초 최소 배당성향을 60%로 올리기로 한 목표치를 웃돈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시행해 연 2회 배당 정책도 안착시켰다.
LG는 약 4000억원 규모의 광화문빌딩 매각 금액 일부도 주주환원 재원으로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각 금액 대부분은 구광모 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영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LG는 2027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8~10%로 유지한다는 목표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자기 자본으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수익 지표다.
LG는 또 임원 보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를 별도 설치하기로 했다. 보상위원회는 총 3명으로 위원장을 포함해 과반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LG그룹은 지난 27일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의 수장을 교체하는 정기임원 인사를 전격 단행하며 그룹의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