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고가 월세 거래 비중이 확대되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이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다시 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책 발표 후 5주간(10월 16일~11월 20일)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거래 중 100만원 이상 계약은 2870건으로 전체(5166건)의 55.6%를 차지했다. 이는 대책 직전 5주간의 비중(51.2%)보다 4.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가격 지표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1월 서울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130.2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경기(130.0)와 인천(135.0)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과반을 넘어섰다. 국토부 주택통계상 9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2.6%에 달했다. 2023년 55.1%, 2024년 57.4%에 이어 올해 60%대를 돌파하며 월세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문제는 치솟는 월세가 가계 소득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46만원이다. 올해 4인 가족 중위소득이 609만8000원임을 고려하면, 소득의 약 24%를 매달 월세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물건 감소가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이로 인해 월세 수요가 늘어나며 월셋값까지 동반 상승하는 구조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주택시장 리뷰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전세 물량이 감소한 데다, 대출 규제로 임차인의 보증금 마련에 대한 어려움이 증가하면서 당분간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