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층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Wung fuk Court)’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128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악이자, 1948년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화재로 기록됐다.
28일 신화 통신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2시51분쯤 발생한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28일 오후 4시 기준 사망자는 12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에는 소방관 1명과 가사도우미 2명이 포함됐다. 화재 현장에는 실종자가 다수 남아있어 인명 피해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는 오전까지 44명으로 파악됐다가 오후에는 55명, 저녁에는 75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전에는 94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가 많고 부상자 중에 중상이 적지 않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는 소방관 11명을 포함해 모두 7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화재는 아파트 외벽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가연성 안전망, 스티로폼 등을 타고 불길이 급격히 확산하며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 11시쯤 ‘온타이 하우스’의 꼭대기 층인 31층에서 노인 1명이, 오후에는 ‘왕타오 하우스’ 16층 계단에서 남성 1명이 구조됐지만,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 상당수는 아직 연락 두절 상태다. 주민 279명이 행방불명됐다.
진화 작업을 위해 주변 고속도로가 폐쇄됐고, 타이포 지역 5개 학교는 휴교했다. 다음 달 7일 열리는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관련 유세 활동도 전면 중단됐다. 리 장관은 선거 연기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중 대피한 인원 900여명은 인근 학교 등 임시 대피소 8곳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공사 업체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하고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는 최소 135명의 사상자를 기록해, 1948년 176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가 됐다.
홍콩 당국은 즉각적인 후속 조치에 나섰다. 리 행정장관 리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 전역에서 대규모 보수공사 중인 아파트단지를 전수조사해 안전 상태를 점검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중앙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책임자를 통해 리 장관에게 “희생자와 순직 소방관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유가족과 피해 주민에게 위로를 전달하도록 지시했으며 홍콩 당국이 전력을 다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 수색, 부상자 치료, 사후 수습 등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각 피해가정에 1만 홍콩달러(약 188만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