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 KLPGA투어의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참여, LPGA가 답할 차례다

입력 2025-11-28 06:03
지난 10월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열린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 그린 주변에 운집한 구름 갤러리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지켜 보고 있다. 대회조직위

지난 10월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열린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6번 홀에서 갤러리가 지켜 보는 가운데 챔피언조 선수들이 티샷을 날리고 있다. 대회조직위

지난 10월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 대회조직위

하루아침에 고귀한 신분이 되거나 명성을 얻게 된 여성을 일컬어 ‘신데렐라’라 부른다.

우리나라 여자 프로골프에도 신데렐라가 여럿 있다. 퀄리파잉 시리즈를 거치지 않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선수들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덜컥 우승해 입회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을 일컫는다.

거기에는 2종류의 계보가 있다. 하나는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이른바 ‘국내파 신데렐라’, 또 하나의 계보는 해외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해 투어 카드를 획득한 ‘해외파 신데렐라’다.

해외에서 열린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 진출에 성공한 최초의 선수는 박인비(37)다. 그는 2008년 US여자오픈에 비회원 신분으로 출전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그 이듬해에 LPGA투어에 진출했다.

박인비가 물꼬를 틀자 2011년에는 유소연(35)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태평양을 건넜다. 여세를 몰아 김효주(30·롯데)가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 전인지(31·KB금융그룹)는 2015년 US여자오픈 챔피언, 김아림(30·메디힐)이 2020년 US여자오픈, 그리고 지난 10월에는 황유민(22·롯데)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이른바 해외파 신데렐라 계보를 이었다.

국내에서 LPGA투어 대회가 개최된 것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이 최초다. 그 이후에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라는 대회명으로 열리다 2019년부터 BMW코리아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으로 개최되고 있다.

KLPGA투어 소속으로 활동하다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에 진출한 선수는 지금까지 4명이 있다.

원조 신데렐라는 2003년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한 안시현(41)이다. 2005년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지영(39), 2006년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자 홍진주(42), 그리고 2017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차지한 고진영(30·솔레어)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19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KLPGA투어 소속의 장하나(33·3H)가 우승했다. 하지만 그는 2년 반 정도 LPGA투어서 활동하다 복귀했던 터라 신데렐라는 아니었다. 게다가 장하나는 그 우승 이후에도 줄곧 KLPGA투어서 활동했다.

KLPGA투어 소속 선수가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여하튼 간에 장하나가 마지막인 셈이다. 거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KLPGA투어 소속 선수들의 대회 출전이 2021년 대회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KLPGA투어와 LPGA투어를 중계하는 주관 방송사들이 중계 방송시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게 가장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KLPGA투어 선수들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3월에 취임한 KLPGA투어 김상열 회장이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 공동 주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와 관련한 물밑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일단 중계방송 문제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LPGA투어 국내 주관 방송사가 내년부터는 SPOTV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쿼터, 즉 출전자 수다. KLPGA는 2019년과 2021년 대회(2020년 대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미개최)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KLPGA투어 소속 선수는 상금 순위 상위 30명과 초청 선수 4명 등 총 34명이었다.

KLPGA가 최소 30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공동 주관 대회로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최소 30명이 출전해야만 대회 성적을 KLPGA투어 공식 기록으로 반영할 수 있어서다.

참고로 LPGA투어 아시안 스윙 대회인 뷰익 상하이 LPGA는 중국골프협회 소속 15명, 일본에서 열리는 토토재팬클래식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소속 35명의 선수에게 출전권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김세영(32·스포타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올해 대회는 나흘간 총 6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갤러리가 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흥행 대박이었다.

그렇다고 그 공을 오롯이 LPGA와 주최 측의 노력으로 돌리는 건 무리다. 전남에서 최초로 열린 국제적 골프대회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전라남도와 해남군, 그리고 개최지인 파인비치골프링크스의 전폭적 지원도 간과할 수 없다.

BMW코리아는 지난 6월에 LPGA투어와 2029년까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회는 적극적인 지역사회 공헌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 지역에서 2년 연속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대회도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열린다. 지난 20일 LPGA투어가 발표한 2026시즌 일정에 따르면 개최일은 내년 10월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이다.

내년 대회도 올해와 같은 흥행이 기대되지만 장담은 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 흥행을 담보할 가장 최상의 방법은 KLPGA투어와의 콜라보다. KLPGA는 관례대로라면 12월 중순쯤에 내년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그 이전에 협상은 마무리돼야 한다.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지난 5차례 대회에서 총 25만명의 골프팬들이 대회장을 찾았다고 한다. LPGA투어와 주최사인 BMW코리아가 그 데이터에서 놓쳐서는 안 될 행간이 있다. KLPGA와 공동 주관으로 개최했던 2019년과 2021년 대회 때 국내 골프팬들의 관심이 가장 뜨거웠다는 점이다.

BMW코리아 한상윤 대표는 대회의 5년 연장 계약을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5년도 철저하게 준비해 팬들의 뜨거운 열정과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타이틀 스폰서의 그런 다짐이 실천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LPGA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의 골프팬들은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에서 KLPGA투어 선수들이 LPGA투어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 국내 팬들의 염원에 이제 LPGA가 답할 차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