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돌봄’ 두 달간 386건 매칭… 부산발 디지털 돌봄 모델 확산

입력 2025-11-27 18:22
지난 6월 25일 열린 ‘2차 전문가 리빙랩’에서 참여 전문가들이 지역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잠깐돌봄’ 서비스 개선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불타는고구마 제공

부산에서 시작된 디지털 돌봄 실험이 새로운 지역 복지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불타는고구마(헬퍼잇)와 부산북구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난 8월 출시한 ‘잠깐돌봄’ 서비스가 두 달간의 실증에서 총 386건의 돌봄 매칭을 기록하며, 기존 공공체계가 처리하기 어려웠던 ‘초단기 돌봄 공백’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실증은 부산사회서비스원이 실증 사업비 950만원을 지원하고, 부산테크노파크가 2000만원의 리빙랩 지원금을 투입해 추진한 지역 기반 기술 협력 사업으로, 민관이 공동 개발한 복지테크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북구장애인종합복지관과 최석현 불타는고구마 대표가 디지털 돌봄 서비스 ‘잠깐돌봄’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불타는고구마 제공

잠깐돌봄은 갑작스러운 병원 동행, 단시간 생활 지원, 장애·고령 가족 돌봄 공백 등 1~2시간 이내의 ‘생활형 긴급 돌봄’에 대응하는 서비스다. 불타는고구마는 위치기반 매칭 기술과 운영 알고리즘을 적용해 실시간 매칭 시스템을 구축했고, 복지관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잠깐돌보미’를 양성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과의 연결을 지원했다. 그 결과 실증 기간 총 412건 요청 중 91.6%에 해당하는 386건이 실제 연결·지원됐다. 기존 공공 인력 중심 돌봄 체계가 야간·주말·단기 요청에 대응하지 못했던 한계를 기술과 시민 참여로 보완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기본 교육을 받은 시민 헬퍼(잠깐돌보미)의 참여가 늘면서 지역 내 소규모 일자리 창출 효과도 확인됐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과 ‘일손을 제공하는 주민’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공동체 기반의 새로운 케어 모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장호 북구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은 “주민이 스스로 돌봄 생태계에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며 “기술과 공동체가 만날 때 돌봄 사각지대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증 성과가 알려지면서 타 지자체에서도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에 이어 울산 지역 복지기관·지자체에서도 협력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북구청은 잠깐돌봄을 내년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에 포함해 공식 돌봄 모델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양 기관은 공동 협의체를 중심으로 ▲돌봄 서비스 디지털 전환 전략 ▲데이터 기반 정책 제안 ▲돌봄 코디네이션 자동화 ▲타 지자체 확산 모델 구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석현 불타는고구마 대표는 “기술이 복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시대가 왔다”며 “헬퍼 매칭·안전 검증·운영 데이터 등 플랫폼에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잠깐돌봄을 전국 복지기관·지자체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부산에서 출발한 이 모델이 지역 상생형 케어 이코노미의 표준이 되도록 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안정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