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특검, ‘호주대사 임명’ 윤석열·박성재·심우정 불구속 기소

입력 2025-11-27 16:24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채해병 특검은 27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등 6명을 범인도피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선상에 오른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기 위해 호주대사에 임명해 출국시켰다고 판단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박 전 장관, 심 전 차관을 범인도피 등 혐의로 기소했다”며 “수사 외압의 핵심 당사자이자 윤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인 이 전 장관을 외국으로 도피시킨 중대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수사외압 의혹으로 공수처에 입건된 상태에서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에 임명됐고, 이틀 뒤 출국금지가 해제돼 호주로 출국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향하던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판단했다.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자신도 수사대상이 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2023년 11월 수사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 제정 요구가 본격화하자 윤 전 대통령이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정황을 확인했다. 이어 조 전 실장에게 지시를 전달 받은 장 전 차관이 외교부 실무자에게 “호주하고 모로코를 엮어서 빨리 진행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이 적극적으로 실행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또 외교부의 공관장 자격심사와 법무부의 인사 검증도 졸속으로 진행된 정황을 확인했다. 특검은 지난해 1월 공관장 자격심사 당시 미리 ‘적격’으로 기재된 서류에 심사위원들이 서명만 한 정확을 파악했다. 특검은 또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이 이 전 장관 출국금지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인사검증을 하고, 이 전 비서관이 이를 최종 승인한 사실도 확인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3월 6일 이 전 장관 출국금지가 해제되는 과정에 대해서 특검은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이 법무부 실무자에게 ‘출국금지를 해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은 이 지시 직후 출국금지 해제를 전제로 출국금지 심의위원회가 열린 것으로 봤다.

특검은 이날 호주대사 임명 관련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기며 주요 수사 대상에 대한 기소 절차를 마무리했다. 특검은 오는 28일 그간의 수사 내용을 정리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또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등 남은 사건들에 대한 처분 계획도 설명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