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청탁 의혹 전 검사 카톡에 “여사님 그림 찾는 거…”

입력 2025-11-27 15:48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 No.800298’. 대만 경매 업체 ‘이써리얼 옥셔니어스’ 홈페이지 캡처

김건희 여사 오빠의 장모집에서 발견된 이우환 화백 그림을 중개한 업자가 해당 그림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전 검사가 그림 구매를 부탁하며 ‘괜히 여사님 그림 찾는 것이 소문나면 문제되니’라고 적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재판에서 공개됐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김 여사에게 총선 공천을 부탁하며 1억4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건넸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본다.

미술품 중개업자 이모씨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 심리로 열린 김 전 검사의 재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미술업 종사자 강모씨로부터 2023년 1월 ‘김상민 검사님이 1억원 수준의 좋은 그림을 사고 싶어 한다’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로부터 ‘높은 사람에게 갈 거다’ ‘여사님이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용산’(대통령실)으로 그림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림을 김 전 검사에게 판매하고 3~4일 지난 뒤 강씨로부터 ‘김건희 여사, 취향이 높은 분께 전달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날 김 전 검사의 청탁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 증거를 공개했다. 김 전 검사가 강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이씨에게) 살짝 한 번 물어봐줘. 괜히 여사님 그림 찾는 거 소문나면 문제되니”라고 말한다. 강씨는 이에 “한국 화가는 단색(화) 좋아하신다네”라고 답하며 김 여사의 취향에 대해 언급한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건넨 이 화백의 그림(점으로부터 No.800298)을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 집에서 발견했다. 김 전 검사 측은 재판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김진우씨 부탁으로 그림을 대리구매했다”라며 청탁 목적의 구매를 부인했는데 이와 배치되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이씨는 부탁을 받고 그림을 1억2500만원에 구매한 뒤 1억4000만원의 현금을 받고 김 전 검사에게 판매했다고 말했다. 현금으로 결제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는 “(최종 목적지가)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고 하니 그랬던 거 같다”고 답했다.

특검이 그림의 2022년 감정평가 의견서를 제시하며 “감정평가 결과 진품이라 1억4000만원으로 가격을 매겼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검사 측은 해당 그림이 위작이라고 주장 중이다. 김 전 검사 측은 이날 이씨가 부탁을 받은 뒤 ‘(이 화백 작품 중) 1억짜리가 어딨어’라고 되묻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이씨는 “(크기가 작은) 소품의 경우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