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충북 청주 50대 여성 장기 실종과 관련해 전 남자친구가 이 여성의 차량을 은닉·유기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SUV가 여성 실종 당일 옥상저수지 방면으로 두 차례 이동한 점 등을 토대로 이곳에 시신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청주 실종 여성의 전 남자친구인 50대 A씨는 실종 당일 여성의 SUV에서 그를 폭행하긴 했으나 살해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툰 후 여성을 차량에서 내려주고 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차량 번호판 교체, 충주호 이동 등 의심스러운 행적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초 이 여성이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행적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열쇠로 SUV로 지목했으나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문제의 SUV는 행방불명된 지 43일만인 전날 충주호에서 발견돼 인양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6시10분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회사에서 실종 여성이 자신의 SUV를 몰고 퇴근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같은 날 저녁 진천군 초평저수지 쪽으로 주행하고 두 차례 옥성저수지 방면으로 들어갔다 나온 모습도 확인됐다. CCTV를 피하려는 듯 역주행하거나 갓길로 주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종 이튿날인 새벽 3시30분쯤 청주 팔결교삼거리 부근에서 역주행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SUV는 행적을 감췄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헬기까지 투입해 광범위한 수색을 벌였으나 SUV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진천에서 폐기물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차량을 폐차시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의 거래처까지 수색 범위를 넓혔다. 그러던 중 진천에 있는 한 거래업체에서 문제의 SUV를 발견했다. SUV는 천막이 덮인 채 숨겨져 있었다. 업주는 범행과 관련된 줄 모르고 차량을 맡아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동선을 살펴보던 중 그가 지난 24일 이 SUV를 몰고 충주로 가는 모습을 포착해 전날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로부터 충주호에 차량을 유기한 것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특히 SUV에는 다른 번호판이 달린 상태였으며 경찰은 이 부분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살해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실종 당일 SUV에서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살해한 적은 없는 것이었다. 왜 A씨의 차량을 갖고 있었는지, 진천의 거래업체에 차량을 숨겨놓은 이유는 무엇인지, 충주호에 왜 유기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진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