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성과 겨눌 정도의 가야문화권 우수 축조기법 등 기술문명이 확인된 경남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현장이 일반에 공개된다.
경남 함안군과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다음달 4일 가야문화권 최대 왕성인 함안 가야리 유적의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를 연다고 27일 밝혔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함주지, 1587년’와 ‘동국여지지, 1656년’ 등 조선시대 문헌자료에서 옛 나라의 터(古國遺基)로 기록돼 있는 곳이다. 2018년 첫 발굴조사 이후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9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2018~올해까지 유적 발굴조사에서는 같은 시기 백제, 신라의 왕성과 비견되는 아라가야의 발달된 기술문명이 확인됐다. 2019년 가야문화권 최초로 판축토성임이 확인됐고, 2021년에는 성 내부에서 잔존 길이 11m에 달하는 대형 건물유적이 새롭게 보고됐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조사된 유적 북쪽 곡간지에서는 판축성벽 아래 성벽 축조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터널 형태의 석축배수로와 성벽 수리과정에서 새로 설치한 나팔 형태의 석축배수로가 확인됐다. 곡간지 중앙에서는 직경 10m에 달하는 석축 집수시설도 나왔다.
이 시설들은 기존 가야문화권은 물론 고대 왕성유적에서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사례로 아라가야 왕성이 당시 최고의 기술과 치밀한 설계 속에 축조됐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또 성벽 내외부에서는 판축성벽 축조에 사용된 나무 기둥과 나무판자가 그대로 출토됐다. 가속질량분석기(AMS) 연대 측정 결과 각각 460~548년, 480~540년으로 확인돼 초축 이후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초 성벽의 수·개축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복합적인 성벽 구조와 다양한 부속시설들로 미뤄 ‘함안 가야리 유적’은 고대 아라가야의 뛰어난 기술력과 국가적 역량을 보여주는 왕성으로 평가된다.
현장설명회에서는 곡간지 구간을 중심으로 왕성 축조 과정 전반이 소개될 예정이다. 공개회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진행되며, 참여를 원하는 국민은 별도 사전 신청 없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다.
함안군은 설명회를 통해 함안을 중심으로 가야의 중핵 국가였던 아라가야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향후 조사·보존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안=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