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실험 재개 선언…“기독교적 평화와 충돌”

입력 2025-11-27 12: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전통행사 '칠면조 사면식'에서 칠면조를 바라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사회가 다시 핵 군비경쟁의 문턱에 서는 가운데, 핵무기 자체가 기독교적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이사장 이재훈 목사)이 26일 발표한 이슈브리프에서 한반도평화연구원장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선언은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미·러·중 3국 간 군비경쟁을 가속할 신호”라며 “핵무기는 비례성과 차별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아 기독교적 평화관과 본질적으로 충돌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핵실험 재개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 협상 전에서도 러시아·중국의 핵전력 확대를 근거로 들며 핵실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지하 핵실험을 숨겨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이어갔다.

조 원장은 미국의 움직임을 ‘안보모순(security dilemma)’의 대표 사례로 지적했다. 미국의 정밀타격 능력·미사일방어(MD) 강화는 러시아의 고속·고기동 신형 핵전력 개발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중국 역시 핵전력 증강에 뛰어들면서 다시 군비증강의 사슬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미국의 ‘핵실험 시사’는 결국 상대국의 방어적 대응을 촉발해 다시 미국의 안보 불안을 키운다”고 진단했다.

조 원장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기독교적 성찰을 강조했다. 그는 “핵무기는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못하고 파괴력이 목적에 비례하지 않아 본질적으로 기독교의 평화에 부합할 수 없다”며 “기독교인은 상대국의 안보 불안까지 염두에 두고 안보 쟁점을 해결하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공의가 온전히 구현되지 못한 이 세상에서 인류는 안보 불안을 피할 수 없지만, 나만의 안보 추구가 부정적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안보 불안까지 고려하면서 내가 속한 국가의 안보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기독교인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지혜롭게 상호작용함으로써, 이 땅에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