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나눔, 한 아이의 소원 이뤄준 후원자의 겨울

입력 2025-11-27 10:54
초록우산은 추운 겨울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하자는 취지로 2007년부터 연말 대표 캠페인 ‘산타원정대’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일보와 초록우산 경기북부지역본부는 연말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희망을 전하는 ‘현실 산타’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공동기획 캠페인 ‘산타의 이야기, 내 곁에 산타!’를 진행한다.

이번 캠페인은 연말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후원자·자원봉사자·수혜 아동 등 평범한 이웃들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나눔 문화 확산을 이끌기 위해 마련됐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진심을 담아 “누구나 누군가의 산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산타 소원상점' 배너를 들고 환하게 웃고있는 유택수 후원자. 초록우산 제공

8년째 후원을 이어가며,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아이의 순수한 소원까지 이뤄준 유택수 후원자를 만나 ‘산타 소원상점’ 참여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 줄의 소원에서 발견한 순수함

“여러 소원 중에서도, 그 아이의 소원이 유독 순수해 보였어요. 시설에 사는 아이라면 자기만의 장난감을 갖고 마음껏 놀고 싶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그 소원을 택했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의 대표 연말 캠페인 ‘산타 소원상점’에 참여한 유택수 후원자는 가장 마음을 끌었던 소원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장난감이 갖고 싶어요’ 짧고 단순한 문장에서 그는 오래도록 말하지 못했을 아이의 바람과 순수함을 보았다.

유씨는 “어른이 보기엔 작은 소원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친구 같은 존재”라며 “특히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니까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 선택은 단지 어떤 선물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한 아이의 마음에 손을 내미는 행동에 가까웠다.

유씨는 “아이의 그림과 편지를 보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이 아이의 하루에 작은 희망을 더해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 “가족은 제 곁의 산타입니다”

유씨가 떠올리는 ‘내 곁의 산타’는 거창한 인물이 아니다. 그에게 산타는 언제나 곁을 지켜주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바로 가족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가족들이 모두 모여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눠요.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이 참 따뜻해요. 나이가 들수록 가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그는 산타를 ‘특별한 선물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에서 마음을 건네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 따뜻함이 자신의 삶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이제는 그 온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유씨는 “가족에게서 받은 따뜻함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조금이라도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게 제가 산타 소원상점에 참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아이의 소원편지를 살펴보고 있는 유택수 후원자의 모습. 초록우산 제공

▲ 딸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8년의 나눔

초록우산과의 인연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시작됐다.

“딸이 먼저 초록우산에 후원을 시작했다면서 ‘아빠도 아이들 돕는 건 어때요?’라고 하더라고요. 이미 다른 단체에도 후원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 더 마음이 움직였죠.”

이 작은 질문이 2017년, 그의 첫 정기후원을 시작하게 했다. 어느새 8년. 그는 “한 번 시작한 일은 오래 이어가는 편”이라며 웃었다.

“처음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쌓이니까 어느새 이렇게 됐네요. 금액이 크지 않아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먼저 따뜻해져요.”

유씨는 올해 처음으로 직접 소원을 선택해 참여해 보니, 나누는 마음이 한층 가까워졌다고 한다.

유씨는 “정기후원은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캠페인 참여는 처음이라 조금 낯설었다”며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마음이 더 흥미로워지고, 뭉클하기도 했다. 소원 하나를 이뤄주는 일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눔은 ‘가족이 함께 이어가는 약속’”이라며 “우리 가족이 매년 잊지 않고 마음을 나누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 아이에게 건네는 건 장난감이 아니라 ‘세상을 기대해 볼 힘’

올해 유씨가 선택한 소원은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여러 소원 가운데 그 아이의 소원이 참 순수하게 느껴졌어요. 그 아이가 그린 그림도 너무 귀여웠어요. 그 작은 그림이 왜 이리 마음을 움직이던지요. 장난감이라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아이에게는 세상을 탐험하는 중요한 친구잖아요.”

그는 아이가 ‘누군가 내 소원을 들어준다’는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기대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그 어린 나이에 ‘누군가 나를 위해 마음을 써준다’는 걸 느끼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죠. 저는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씨는 아이에게 건네는 건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기대해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평범한 이웃들이 이런 마음으로 서로의 산타가 된다면, 아이들의 겨울도 훨씬 따뜻해질 것”이라며 “아이들과 ‘따뜻한 하루 하나를 나눠 갖는다’는 생각으로 산타 소원상점에 참여해 보셨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정말 귀한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