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백악관 인근에서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주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주방위군 배치를 두고 법적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총격 사건은 큰 파장을 끼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총격은 이날 오후 2시 15분쯤 백악관에서 두 블럭 정도 떨어진 ‘패러굿웨스트’ 지하철역 입구 근처에서 발생했다. 백악관에서 약 480m 정도 떨어져 있어 도보로 6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해당 지역에는 워싱턴 시민과 관광객들이 밀집해 있어 몇 달 동안 주방위군 병력은 상시 배치돼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며 순찰을 하기도 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총격을 받은 주방위군들은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위중한 상태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체포돼 현재 구금 중으로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인도 총격을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이번 범행을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표적’을 정해놓은 계획 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DC 경찰청 제프리 캐롤 부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주방위군 대원들이 순찰을 하던 중 용의자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총기를 들어 이들에게 발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두고 백악관 근처에서 대낮 총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백악관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주에 머무르며 관련 보고를 받았다. 트럼프는 워싱턴DC에 추가로 500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전했다.
트럼프는 “두 명의 주방위군 병사를 총으로 쏘아 중태에 빠뜨린 그 짐승은 심하게 부상을 입었지만 그와는 관계없이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위대한 주방위군, 그리고 모든 군인과 법 집행기관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며 “이들은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들이다. 미국 대통령이, 그리고 대통령직과 관련된 모든 이들은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주방위군 배치 문제를 두고 법적 공방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벌어졌다. 트럼프는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지난 8월 11일부터 워싱턴 DC 전역에 주방위군을 배치했다. 이에 따라 2200여명의 주방위군이 투입됐는데 워싱턴 DC 자체 주방위군뿐만 아니라 미 동부 일대의 주에서도 병력이 동원됐다. 이번에 총격을 받은 병사들은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 소속이다.
워싱턴DC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방위군 투입 결정이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20일 주방위군 배치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지만, 실제 이행은 다음 달 11일까지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맞서 연방법원의 명령에 대한 긴급 집행정지 요청서를 연방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트럼프가 워싱턴DC에서 주방위군에 대한 지휘권과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