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최소 44명의 사망자를 낸 대규모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남성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실종자가 200명을 넘어서며 인명 피해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 공영방송 RTHK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화재 발생 하루 만인 이날 과실치사 혐의로 남성 3명을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아파트 보수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 소속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이다.
화재는 전날인 26일 오후 2시52분쯤 홍콩 신계 북부 타이포(Tai Po) 지역 고층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했다.
불길은 아파트 외벽 보수 공사 현장에서 시작돼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총 8개동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안전망을 타고 삽시간에 7동으로 번졌다.
데릭 암스트롱 챈 홍콩 소방처 부처장은 27일 새벽 브리핑을 통해 “현장에서 40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4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화재 진압 작업 중 순직한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화재는 기본적으로 통제됐다”면서 “현재 우선 업무는 화재 진압과 부상자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27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실종자 수색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는 45명이며, 이 중 7명은 위중한 상태다. 부상자들은 앨리스호미우링네더솔병원과 프린스오브웨일즈병원 등 주요 거점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홍콩 병원관리국은 이번 참사에 대응해 총 9개 공공병원 응급실을 비상대기 상태로 전환하고, 중상자 치료를 위해 화상전문센터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6시22분쯤 최고등급인 ‘5급’으로 경보 단계를 격상했다.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현장에는 소방차 128대와 구급차 57대가 투입됐으나 고층건물 특성상 탈출하지 못한 주민이 많아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해당 단지는 약 2000가구 48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홍콩 정부가 안전문제를 이유로 공공 프로젝트에서 대나무 비계 사용 금지를 추진하던 중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한밤중에 불이 났다면 더 큰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고 관영 중국 CCTV는 전했다.
홍콩 당국은 인근 학교와 체육관 등을 임시대피소로 지정해 주민 약 700명을 수용하고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