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완벽 성공…‘K-우주개발’ 역사 썼다

입력 2025-11-27 02:43 수정 2025-11-27 04:40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호기가 2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윤웅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네 번째 비행이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뿐만 아니라 부탑재위성 12기까지 모두 목표 궤도 600㎞에 안착시켰다. 이번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시작으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 역시 활짝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7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배 부총리는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갖췄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부와 민간 국가연구소가 하나의 팀이 되어 수행한 최초의 민관 공동 발사로서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생태계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체 비행정보를 담고 있는 원격수신정보(텔레메트리)를 초기 분석한 결과, 누리호의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부탑재위성이 모두 목표 궤도 600㎞에 성공적으로 분리 및 안착됐다고 밝혔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이날 오전 1시55분쯤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첫 교신을 통해 태양전지판의 전개 등 위성 상태가 정상인 것이 확인됐다. 부탑재위성 12기는 각 위성별 교신 수신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상국과 교신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항우연이 위성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발사 '18분' 연기 걱정은 잠시…기록 '3분' 단축까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이뤄진 27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상공으로 솟아오르는 누리호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누리호는 이날 오전 1시13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당초 예정된 발사 시각은 오전 0시55분이었지만, 발사 8분을 남겨두고 누리호에 연료와 전기를 공급하는 엄빌리칼 타워 회수 과정에서 압력 센서 이상이 감지되며 18분이 늦춰졌다.

불안감과 기대 속에 오전 1시3분 발사자동시스템(PLO)이 가동됐고, 10분 뒤 굉음과 화염을 내뿜으며 누리호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누리호는 이륙 약 2분 후 1단 로켓을 분리했고, 3분50여초 후에는 위성 보호 덮개인 페어링 분리를 마쳤다. 발사 4분30여초 후에는 예정대로 2단 로켓이 분리됐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호기가 2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윤웅 기자

발사 약 12분 후인 오전 1시25분에는 목표 궤도인 600㎞에 도달했다. 이후 탑재한 인공위성을 순차적으로 사출했다. 가장 먼저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분리됐고, 이어 20초 간격으로 나머지 12개 위성이 한 번에 2기씩 누리호를 떠났다.

모든 위성을 내보낸 누리호는 발사 18분 만인 오전 1시31분 비행을 종료했다. 우주항공청이 원래 예상했던 1284초(21분24초)보다 3분 정도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비행을 진행하면서 1·2·3단 엔진 모두 연소 성능이 저희가 추정한 값보다 좀더 높게 나왔다”며 “이로 인해 실제 연소 종료가 빨리 이뤄져 최종 임무 시간이 예상보다 짧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고난도 임무' 완수로 역량 입증…민간 역할 점차 확대
처음으로 민간 주도로 제작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2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민간 기업이 제작을 주도한 누리호가 무사히 발사를 마치면서 국내 우주개발은 본격적으로 상업용 발사체 시대를 맞게 됐다. 첫 야간 발사에다 역대 가장 많은 위성을 실어 날라야 하는 ‘고난도 임무’를 완수하며 우주개발 역량 또한 입증했다. 야간 시간대 발사는 제한된 시야와 온도차, 바람의 변화 등 고려해야 요소가 많아 정밀한 제어가 필요하다. 13기에 달하는 위성을 한 번에 2기씩, 20초 간격으로 정확히 쏘아올리는 것 역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은 남은 5차, 6차 발사에서 더 확대된다. 박 단장은 “4차까지는 (발사체 제작·조립을 제외한) 발사 운용에서 항우연이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참여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며 “이후 차수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를 더 주도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2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최종적으로는 1년에 한 번 이상 누리호를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2028년 7차 발사를 위해 내년 예산을 지금 계획하고 있다”며 “8차 발사 이후부터는 적어도 매년, 1년에 한번 이상 누리호 발사를 계획 중” 이라고 했다.

고흥=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