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정능력을…” 변협 단톡방서 ‘재판장모욕’ 자성 목소리

입력 2025-11-27 05:00 수정 2025-11-27 05:00
이하상·권우현 변호사. 연합뉴스·연합뉴스TV 캡처

법원이 ‘재판장 모욕’을 이유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대한변호사협회·서울지방변호사회에 요청한 직후 변호사 2700여명이 모인 단체대화방에서 “자정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변협은 징계 요청 하루 만인 26일 징계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변회 회원 2773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법무법인 청구의 정영진 변호사(67·사법연수원 14기)는 “변협이 자체적으로 나서서 자정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변협에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이 같은 날 재판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 등 사유로 김 전 장관 측 이하상·권우현 변호사의 징계를 요청하자 변협의 신속한 징계 절차 착수를 주문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특히 변협회장의 징계권을 규정한 변호사법 97조를 강조했다. 변호사에게 품위 손상 행위 등의 징계 사유가 있을 때 변협회장이 변협징계위원회에 징계개시를 청구하도록 한 조항이다. 정 변호사는 통화에서 “두 변호사의 행위는 명백히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대화방에서는 대체로 호응하는 반응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변호사는 “국민들이 변호사들의 지성과 품격, 법치에 대한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 참 부끄럽다”고 적었다. 내부에서조차 징계 요구가 커지자 변협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변호사법 97조에 따라 협회장 직권으로 징계조사 절차에 착수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이·권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장관 곁에 앉게 해달라며 ‘신뢰 관계인 동석’을 요청했다. 범죄 피해자의 증인신문에서 변호인 등이 동석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재판부가 “김 전 장관은 범죄 피해자가 아니다”며 기각하자 이들은 “직권남용”이라며 항의하다 퇴정당했다.

재판부는 같은 날 법정 소란을 이유로 두 변호사에게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 확인을 거부했고, 이후 감치 집행은 중단됐다. 당일 밤 석방된 이들은 유튜브 방송에서 재판장을 겨냥해 “뭣도 아닌 XX” “주접떨지 말고 재판이나 잘해라”는 등 모욕성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들의 법정 소란 행위는 변호인의 조력권 행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을 범죄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만큼 신뢰 관계인 동석 제도의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지만 변호사의 책임과 의무라는 한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치 집행 제도의 개선에 나섰다. 법무부는 향후에는 감치 대상자의 신원정보가 누락되더라도 법원 재판으로 감치 대상자로 특정된 경우 법원 직원이 작성한 확인서 등을 통해 신원 확인 과정을 완화하도록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