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신안 염전 노예 사건, 10년동안 정부는 뭐했나

입력 2025-11-26 17:37 수정 2025-11-26 21:43

신안 염전 노예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감사원의 문을 두드렸다. 지적장애인 강제노동 사건이 수차례 드러났는데도 정부가 약속했던 재발 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는 26일 감사원에 고용노동부·경찰청·검찰청을 상대로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감사청구에는 433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이들은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 과정에서 국가기관의 반복된 직무유기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피해자 권리구제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가 피해자의 장애 여부 확인과 조력을 제공하지 않았고, 가해자 측 주장에만 기대 약 400만원에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착취 여부를 면밀히 보지 않고 사건을 단순 임금체불로 송치해 피해자가 권리구제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어떤가.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응급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추가 착취를 사실상 방치했다. 검찰은 진술 조력인 없이 대질신문을 진행해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 부재 문제를 드러냈다.

국가가 안일하게 대응한 사이에 미국 정부가 오히려 먼저 나섰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지난 18일 약 10년간 노동착취를 당하다 지난달 발견된 지적장애인 A씨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측 변호인과 면담을 했다.

미 대사관 측은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해진다. 충분히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임에도 무관심으로 대응한 탓에 미국이 오히려 자국 국민 보호하듯이 나선 셈이다.

정부는 10년 전에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외딴 섬에서 강제노동이 행해지는 동안 정부는 물론 관련 국가기관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했다. 신안 염전 햇빛 아래서 굳어버린 건 소금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감 아닌가.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