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39% ‘퇴직연금 고수’의 선택은… “조선·방산·원전 ETF”

입력 2025-11-26 17:37

퇴직연금으로 4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낸 ‘퇴직연금 고수’들은 대개 안정적 상품보다는 펀드·채권 등 실적배당 상품을 앞세워 적극적 투자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포트폴리오에서는 특히 조선·방산·원전 등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은 26일 발표한 ‘퇴직연금 투자 백서 2편’에서 국내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가입자 수익률 상위 1500명의 최근 1년 수익률이 38.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3년 동안의 연평균 수익률은 16.1%로 해당 기간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평균 수익률(1년 4.2%·3년 4.6%)을 최대 9배 이상 웃돌았다.

금감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3년 이상 유지했고 적립금 잔고가 1000만원 이상인 가입자 중 수익률이 높았던 1500명을 ‘퇴직연금 고수’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는 가입자를 은행·증권·보험 3개 업권, 30대 미만~60대 이상의 5개 연령대로 나눠 각 집단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100명씩을 고수로 선정했다.

이들은 예적금처럼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형 상품보다 ETF를 비롯한 펀드·채권 등의 실적배당형 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고수들은 전체 퇴직연금 자산의 79.2%를 집합투자증권에 투입한 반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는 20.5%밖에 할애하지 않았다. 대기성 자금도 전체의 8.6%를 차지해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도 충분히 남겨두는 모습이었다.

투자한 실적배당형 상품의 구성을 보면 주식형 펀드가 70.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혼합채권형 펀드가 9.0%로 뒤를 이었다. 퇴직급여법령상 위험자산 투자한도(70%)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ETF 위주의 국내 펀드 투자가 주를 이뤘다. 고수들의 국내 펀드 투자 비중은 61.8%로 해외 펀드(31.8%)보다 2배 가까이 컸다. 집합투자증권 투자 형태 중에는 ETF가 75.1%, 공모펀드가 24.9%를 차지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를 선호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국내 ETF 중에서는 특히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발맞춘 조선·방산·원자력 등 ‘테마형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K방산’ ‘조선TOP3플러스’ ‘원자력iSelect’ 3개 상품은 6월 말 기준 고수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펀드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해외 ETF 중에는 미국 빅테크 관련 제품에 대한 선호가 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업이 바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고수들처럼 연금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현재 80% 이상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되는 퇴직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