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CEO 20명 교체…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 바이오 각자대표에

입력 2025-11-26 16:20 수정 2025-11-26 16:47
롯데지주(주) 미래성장실장 兼 롯데바이오로직스(주) 대표이사 부사장 신유열. 롯데 제공

롯데그룹이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20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하며 ‘젊은 롯데’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39)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로 선임돼 그룹 핵심 사업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인사’라 불렸던 쇄신 기조는 올해 구조 개편과 세대교체가 결합되며 한층 더 강화됐다는 평가다.

롯데는 26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6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부회장단 4명의 일괄 용퇴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젊은 리더십 중심의 혁신 문화 확산에 공감하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룹은 부회장단 용퇴에 발맞춰 9년간 유지한 사업총괄(HQ) 체제를 폐지하고 각 계열사 중심의 독립·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유통·화학·식품·호텔 등 산업군별 HQ를 해체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롯데 화학군은 HQ를 폐지하고 전략적 필요에 따라 PSO(Portfolio Strategy Office)로 조직을 변경해 사업군 통합 형태의 거버넌스를 운영한다.

롯데지주를 이끄는 새 인물들은 재무와 경영혁신을 키워드로 꾸려졌다. 고정욱 재무혁신실장과 노준형 경영혁신실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돼 재무와 경영관리, 전략과 기획 등 두 파트로 나눠 전문성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고 사장의 후임 재무혁신실장에는 최영준 전무, 경영혁신실장에는 황민재 부사장이 내정됐다.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의 역할 확대도 눈에 띈다. 신 부사장은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로서 바이오사업을 공동 지휘하게 됐다. 롯데지주 내 신설되는 전략 컨트롤 조직에서도 그룹 혁신과 신사업 전환을 총괄한다. 그룹의 미래 사업에서 첫 공식 대표 역할을 맡으며 승계 구도와 신사업 드라이브가 본격화됐다는 평이다.

CEO 교체 규모는 전체의 3분의 1인 20명에 이른다. 특히 유통·식품 부문에 교체가 집중됐다. 롯데백화점(정현석 부사장), 롯데웰푸드(서정호 부사장), 롯데건설(오일근 부사장), 롯데e커머스(추대식 전무) 등 주요 계열사 대표가 대거 교체됐다. 이 중 정현석 롯데백화점 아울렛사업본부장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1975년생인 그는 롯데백화점 최연소 수장으로 이름을 올리며 젊은 리더십의 상징이 됐다. 사장 승진도 2명 배출됐다. 박두환 HR혁신실장이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을, 차우철 롯데GRS 대표가 롯데마트·슈퍼 대표를 각각 맡는다.

롯데는 이번 인사를 통해 60대 이상 임원 중 절반이 퇴임하는 등 세대교체에도 속도를 냈다. 신임 임원 규모는 81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발탁 승진자 수도 대폭 늘렸다. 이와 함께 여성 임원 4명이 승진했고, 전체 신임 임원 중 10%에 해당하는 8명의 신임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롯데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변화 대응력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성과 기반 수시 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