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왜 오르나 봤더니… 檢, CJ제일제당·삼양사 기소

입력 2025-11-26 15:42
서울중앙지검. 뉴시스

검찰이 3조 원대 규모의 설탕 가격 담합을 주도한 국내 1·2위 제당 업체 대표급 임원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6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총 1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양사 대표이사 최모씨와 CJ제일제당 한국식품총괄을 맡았던 전 고위 임원 김모씨를 구속기소 했다. 또 삼양사 임직원 5명, CJ제일제당 임직원 4명 등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소속 직원이 위법 행위를 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법인도 기소했다. 이들은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이들과 함께 담합 혐의를 받는 대한제당과 임직원은 이번 처분 대상에서 빠졌다. 리니언시 제도(자진신고 감면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확정 판결 전까지 ‘원칙상’ 대한제당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업체는 약 4년 동안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가 상승 시에는 설탕 가격 인상에 신속히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원당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설탕 가격 인하를 적게 반영하는 등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담합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이익을 취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실제로 범행 기간 설탕 가격은 최고 66.7%까지 인상(2023년 10월)됐다가, 이후 원당가 하락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소폭 인하에 그쳤다. 특히 2020~2024년 기준 담합으로 인한 설탕 가격 상승률은 59.7%로, 같은 시기 물가지수 상승폭인 소비자 물가 14.18%,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물가 22.8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검찰은 국내 빅3 제당 업체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이 수년간 설탕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왔다는 의혹을 수사해 왔다. 검찰은 지난 9월 제당 3사 및 사건 관계인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19일에는 김 총괄과 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제당 3사는 과거 담합 범행으로 수차례 적발됐지만, 법인에 대한 과징금 처분 등에 그쳐 담합이 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며 “서민 경제에 큰 폐해를 초래하는 담합을 근절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