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기독교계 지도자를 만나 “충격적이거나 갑작스러운 대북정책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26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회장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국민적 동의가 없으면 실현되기 어렵고 급진적 접근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에 정 장관은 “역대 정부가 유지해 온 평화적·단계적·점진적 접근이라는 세 원칙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며 정부가 전격적 조치나 속도전을 배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 조치도 소개했다. 그는 “일단 통신선을 복원해 비상 상황에 바로 연락할 수 있게 하고 그다음엔 실제로 만나는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돼 온 대북 접촉 규정을 전면 신고제로 전환해 민간의 접촉을 폭넓게 허용했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의 활용 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정 장관은 “그동안은 남북 간 합의된 사업에만 기금을 쓸 수 있어 집행률이 매우 낮았다”며 “앞으로는 평화와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국내 사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회장은 “종교계가 가진 국제적 네트워크가 남북 대화의 창구가 될 수 있다”며 “민간의 접촉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필요한 경우 사후 보고 방식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