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임기 만료 1년을 앞둔 시점부터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항공권 가격 조작을 비롯해 셀프 심사, 음주 등 각종 비위 행위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계속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증할 수 있는 ‘말년 외유’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2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의원들의 무분별한 국외 출장을 막기 위해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 개정안을 전국 지방의회에 권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임기 종료 1년 전부터 공무 국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지방교부세와 국외 여비를 삭감하는 등 강력한 예산상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지방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 불법 행위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행안부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전국 243개 광역·기초의회에서 1만524명이 총 915건의 국외 출장을 다녀왔으며, 여기에 쓰인 예산만 약 355억원에 달했다.
방문국 61개 중 관광 선호도가 높은 상위 20개국에 전체 출장의 80%가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 점검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여행사가 이윤을 남기거나 부족한 여비를 충당하기 위해 항공권 금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기재한 사례가 157개 지방의회에서 405건이나 적발됐다. 이렇게 과다 청구돼 세금으로 새어 나간 금액은 약 18억8000만원에 이른다.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대납’ 행위도 빈번했다. 지방의원은 선거구민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의회 직원의 여행경비를 의원이 대신 내준 사례가 79개 지방의회에서 117건(약 3억5000만원) 확인됐다.
또 하지도 않은 차량 임차나 강연, 워크숍 등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비용을 타낸 허위 청구 사례도 368건에 달했다.
심지어 본인의 출장 계획을 심사하는 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의결서에 서명까지 하는 ‘셀프 심사’가 48개 지방의회에서 적발됐다.
출장비로 주류나 숙취해소제, 영양제 등을 구입해 2억원을 탕진한 사례도 드러났다. 동행 기자에게 숙박과 식사를 제공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반복되어 온 지방의회의 외유성 출장과 비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예산 낭비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